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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금융사 연말 구조조정 한파

한화생명 7개월만에 또 명퇴… 삼성 금융사도 줄줄이

은행들 연말 대규모 감원, 금융권 전반 몸집 줄이기


삼성화재에서 20년을 근무한 이동건(가명)씨는 얼마 전 회사를 그만뒀다. 최근 회사가 운영하기 시작한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이 프로그램은 퇴사를 원하는 직원들에게 퇴직금 외에 추가로 위로금을 지급하는 상시 희망퇴직제도다. 삼성화재는 직원들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는 공개 희망퇴직 대신 이 제도를 활용해 인력구조 개선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은행·보험·카드 등 전금융권에 다시 한 번 감원 한파가 닥치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의 고질병인 항아리형 인력 구조를 탈피하고 저성장·저금리에서 촉발된 수익성 악화 돌파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올해 두 번째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한화생명이 1년에 두 차례 인력감축에 나서기는 창사 이래 처음이다. 특히 한화생명은 올 4월 희망퇴직을 통해 301명을 내보냈는데 7개월 만에 또다시 인력 줄이기에 나섰다. 그만큼 경영환경이 어렵다는 반증으로 읽힌다. 한화생명은 일반직의 경우 과장급 이상 인력이 70%, 사무직은 매니저급 이상이 85%에 달할 정도로 인력의 고직급화가 심각하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에게 퇴직금 외에 지급하는 위로금은 지난 상반기 때 지급한 평균임금 30개월치에서 이번에 36개월치로 상향됐다. 개인연금 지원수당 5년치와 학자금 1년치도 추가로 현금으로 보상된다.

상반기 희망퇴직을 통해 각각 1,000여명, 400여명을 내보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도 회사 측은 부인하지만 추가적인 인력 구조 개편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삼성생명의 경우 자회사형 법인대리점(GA)을 설립하게 되면 본사인력 재배치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손보사보다 생보사가 인력 구조조정에 열심인 것이 특징적인데 올해 들어 삼성·한화·교보·ING·우리아비바생명 등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카드업계도 감원 바람이 한창이다. 삼성카드는 이날 장기근속자를 대상으로 한 전직지원을 마감했다. '전직'이란 단어가 붙었지만 사실상 희망퇴직이다.

삼성카드는 2년 전 희망퇴직을 통해 80여명의 인력을 줄였다. 삼성카드가 이번에는 이직지원, 자회사 이동 같은 옵션을 더했다는 점에서 희망퇴직 신청자는 2년 전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 역시 연말과 내년 초 대규모 감원을 예고했다.



그중에서도 인당 생산성이 낮다고 지적되는 국민은행이 관심사다. 국민은행 직원은 9월 말 현재 2만1,399명으로 우리은행(1만5,366명)·신한은행(1만4,570명)으로 규모가 엇비슷한 다른 은행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25일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절대인력이 경쟁은행에 비해 많고 40대 이상 직원 비중이 높다는 점이 걱정된다"며 슬림화 작업이 시작될 것임을 시사했다.

우리은행은 내년 초 300여명을 희망퇴직과 임금피크제 대상으로 분류해 신청을 받는다. 지난해 160명을 감원한 신한은행 역시 올해 말 노사합의를 거쳐 희망퇴직안을 짠다는 계획이다.

조기통합 수순을 밟고 있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통합이 성사되면 인력 구조 개편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전금융권에서 어느 때보다 강한 감원 한파가 부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금융사의 수익성이 날개 없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스탠다드차타드·씨티은행 등 7개 시중은행이 3·4분기까지 지출한 인건비는 4조5,774억원으로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3조7,730억원)보다 높다. 장기 저금리 기조가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금융사들의 선제적 구조조정은 계속될 전망이다.

스마트금융을 필두로 한 금융산업 구조개편도 인력감축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비대면채널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직원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영업인력 수요는 줄어든 데 반해 정보통신(IT) 전공자 같은 비전통 인력 수요만 늘었는데 이에 따라 필요인력 총합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사 항아리 구조를 형성했던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시기가 시작되면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지금처럼 어려울 때에는 인력을 줄이는 것만큼 비용절감에 효과적인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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