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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덤 5집반' 20년 시대 끝나나

「덤 6집반」이 대세가 되고 있다.오는 7월3일 아마예선을 시작으로 개막하는 제4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이 LG배 세계기왕전에 이어 덤 6집반을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대회 주최측인 삼성화재는 『프로기사의 대다수가 5집반이면 흑을 갖고 싶어하는 현실을 인정했다』면서, 더 나아가 『대국 결과를 예의주시한 뒤 앞으로 7집반까지 고칠 것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현재의 「덤 5집반」으론 흑을 쥐는 게 유리하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92년 「월간 바둑」의 조사에 따르면 85~92년 벌어진 국내 신문기전에서 흑의 승률은 5집반일때 54.5%, 6집반이면 50.7%, 7집반이면 47.8%였다. 즉 덤이 6집반이 되어야 승률이 반반으로 나온다는 결론이었다. 이런 차이는 해가 갈수록 더 커진다. 96·97년도에는 총64국의 국내 타이틀전 중에서 2년 연속 흑이 34승, 백이 30승을 거둬 그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98년 들어선 상황이 달라졌다. 총50국의 타이틀전에서 흑이 31승, 백이 19승을 거둬 흑의 승률이 60%를 넘어섰다. 특히 올해에는 23일 현재 총14국의 국내외 타이틀전에서 흑번 9승, 백번 5승을 기록해 흑을 쥐면 백을 쥐는 것보다 승률이 두배 가까이 된다. 아무리 보수적인 바둑계라지만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5집반」이냐 「6집반」이냐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2년전 세계 유일의 박사 기사인 문용직4단이 논문을 통해 「흑의 높은 승률은 우연 탓」이라고 주장했지만 정작 실전에 임했던 프로기사들의 체감온도는 달랐다. 98년 배달왕, 올해 삼성화재배, 일본의 혼인보(本因方)전 등에서 매번 「흑번 필승」이 나타났다. 심지어 이창호9단, 유창혁9단은 「6집반」에서도 흑을 쥐고 싶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 16일 6집반을 따르는 LG배 2회전에서 한국 기사 대다수가 백을 쥐자 『불리하지 않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 적도 있었다. 따라서 삼성화재배의 「덤 6집반」 채택은 그 필연적인 귀결로 보인다. 이로써 국제대회는 모두 6집반으로 통일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현재 세계 5대 국제대회에서 5집반을 따르는 것은 일본의 후지쓰(富士通)배와 중국의 춘란(春蘭)배 뿐이다. 이들 역시 세계적 추세에 따라 덤 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의 응씨배 역시 덤 8집(빅일땐 백 승리)을 채택하고 있다. 그렇다면 흑을 쥐면 왜 유리할까. 한국기원의 정동식 사무국장은 『바둑 이론이 발전할수록 흑을 쥔 사람이 주도권을 잡게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종이 한장의 실력 차이를 가진 정상급 기사들끼리의 대국은 선착의 효가 더 중요하기 마련이다. 바둑 전문가들도 이에 동의한다. 일반적으로 흑번이면 백보다는 중앙에 대해 우위에 설 수 있다. 요즘 바둑판의 귀와 변에 한정돼 있던 과거의 정석에서 벗어나 흑번으로 선착의 효를 살리면서 중앙을 장악하는 테크닉이 많이 연구되면서 「흑번 불패」가 더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으로 덤 제도가 적용된 기전은 1939년 창설된 일본의 혼인보전이다. 덤은 4집. 우리나라는 56년 국수전부터 4집반 제도를 도입했다. 「4집반」 시대는 20~30년 동안 대세를 이루더니 70년대부터 점차 「5집반」에 밀려났다. 이제 20여년의 나이를 가진 「5집반」도 세월속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렇다면 「6집반」은 얼마나 갈까. 그것은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덤이 커질수록 바둑도 하나의 생물처럼 진화·발전한다는 사실이다.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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