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두둑한 한국부자들이… 충격적이다
부자 지갑 열게해야 내수경기 살아난다■ 명품관부터 고급차까지… 고소득층마저 소비 꽁꽁침체 원인도 있지만 反 부자정서 확산으로 돈 꺼내기 주저주저다양한 인세티브로 기업투자 유도해야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부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쓸 돈이 있는데도 선뜻 쓰지를 못하는 분위기다. 백화점 명품관의 매출은 뚝 떨어졌고 고급 승용차를 찾는 고객들의 발길도 크게 줄었다.
전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경기침체 때문이라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부유층 증세 등 반(反)부자정서 확산이 부자들의 지갑 꺼내기를 눈치 보게 만드는 더 큰 이유이다.
주요 대기업이 앞다퉈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투자계획을 접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오너들은 유럽발 경제위기로 최악의 경영상황에 처했다고 겉으로는 말하지만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며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등 기업규제를 강화시키려는 정치권의 기도에 대한 일종의 방어전략일 수도 있다.
실제로 대기업들은 곳간이 든든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12월 결산법인 635개사의 현금성 자산은 모두 60조8,204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7조4,610억원(14.0%)이나 늘어났다.
부자들의 지갑도 여전히 두둑하다. 3월 말 현재 4대 증권사에 1억원 이상을 예탁한 고객이 23만명으로 유럽 재정위기 발발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부자들이 지갑을 닫고 대기업이 비상경영을 선언하는 게 문제다. 그 바람에 유럽발 글로벌 경제위기로 악화된 국내 경기가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경기를 살리려면 부자가 마음 편히 돈을 쓰고 대기업이 투자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유럽발 경제위기로 수출이 둔화된 가운데 부자들의 소비위축으로 내수마저 침체된다면 우리 경제는 회생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처럼 경기침체의 골이 깊을수록 소비여력이 있는 부자들의 소비증대가 절실하다. 중산층 이하 가계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된 현시점에서 소비 활성화에 불을 지피는 길은 고소득층이 돈을 푸는 것뿐이다.
전문가들은 부자와 기업들이 심리적으로 소비 및 투자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정치적ㆍ정책적 환경을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물가안정과 함께 자산가격 하락을 막아 부자들의 소비를 늘리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투자를 되살리는 노력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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