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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국에서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를 촉구하며 여야 대치국면을 주도했던 열린우리당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수그러들고 있다. 여야 지도부의 막판 대타협이 숨가쁘게 이어졌던 30일, 우리당 의원들은 더 이상 강행 처리를 주문하는 얘기를 주장하지 않았고 지도부의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이에 따라 정가에서는 우리당 강경파들이 보안법정국을 계기로 본격적인 ‘속도조절’과 ‘세력 분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개혁그룹 내부에서 내년부터 경제문제에 달라붙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오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천정배 원내대표는 지도부 회담을 앞두고 “모든 법안에 대해 소수파인 한나라당과 충분히 대화하고 합리적인 타협을 추구했지만 궁극적으로는 다수결의 원리를 따라야 한다”며 원칙적인 모습을 강조함으로써 애써 강경파를 달래려 했다. 당초 4대 입법의 연내처리를 주장하는 강경파 의원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자 아쉬움을 표현하면서도 과거와 달리 지도부에 대한 공격 등은 가급적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봉주 의원은 “2개 법안만 연내 처리하고 국보법 처리를 유보하자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라면서도 향후 대책에 대해서는 “이미 전선이 균열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시민 의원은 “우리 같은 이들이 대붕의 뜻을 어찌 알겠나”라며 당 지도부의 절충재개 결정에 불만을 표시한 뒤 “다른 법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고 국보법의 내용을 어떻게 합의하느냐에 따라 (대응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여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현실적으로 개혁입법 연내 처리를 더 이상 밀어붙이기엔 역부족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문희상ㆍ유인태ㆍ김혁규 의원 등 ‘친노직계’ 중진그룹이 앞장서 “다소 양보하더라도 연내에 개혁법안을 처리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선 것도 상당한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당의 한 중진의원은 “대통령이 내년엔 경제에 올인 하겠다고 천명한 마당에 더 이상 국회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면서 “어떤 형태로든 연내에 모든 것을 털고 홀가분하게 내년을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우리당의 한 386의원은 “의원들 사이에도 노력할 만큼 최선을 다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내키지 않지만 이제 현실정치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심정을 털어놓았다. 우리당 내부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 제시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갈수록 세를 불리고 있다. 내년에도 경제가 좋아지지 않으면 정권의 존립기반마저 위협 받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의원들의 이념성향과 상관없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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