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가 급랭 상태로 빠져들면서 국내 기업의 해외 자금 조달에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 이후 해외 PF 시장에서 일본 금융기관이 큰손으로 떠올랐고 우리 금융회사가 이들을 주요 자금 조달처로 삼아왔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6일 "유럽 재정위기 이후 유럽계 은행이 아시아 등의 PF 시장에서 발을 빼면서 이 공백을 일본계 금융회사가 채우고 있다"며 "최근 일본의 수출입은행 등이 우리나라 기업의 PF에 참여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했다.
금융회사는 비교적 정부의 입김에 약하다. 규제산업이다 보니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일본은 일반 사기업도 정부의 시책에 협조하려는 분위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강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는 나라다.
국책 금융기관의 경우 사정은 더하다. 일본 정부의 강공이 계속되면 한국과의 협조에도 금이 갈 수 있다. 해외 PF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3대 은행이 주간사로 참여한 글로벌 PF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15% 증가한 112억달러였다.
은행별 순위에서는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ㆍ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ㆍ미즈호파이낸셜 그룹 등이 2~4위를 차지했다. 1위는 인도 은행인 스테이트뱅크오브인디아였다.
그동안 PF 선두권에 있었던 씨티은행과 프랑스의 BNP파리바ㆍ소시에테제네랄 등은 일본 은행에 뒤졌다. 일본이 해외 PF 자금줄이라는 의미다.
실제 정책금융공사는 지난 6월 미즈호코퍼레이트은행과 해외 PF 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수출입은행이 4월 모로코 화력발전 사업에 3억5,000만달러의 PF를 하는데 일본국제협력은행(JBIC)과 일본수출보험공사(NEXI)가 참여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시 일본계 은행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중동 붐'만 해도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 일부 국책금융기관만으로는 대형 PF 금융을 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 기업과 일본 업체가 함께 컨소시엄으로 해외 사업을 따내는 사례도 많아 동반 금융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서의 유럽계 은행의 공백을 일본계 은행과 금융기관이 메우고 있다"며 "당장은 양국 간 정치외교 문제가 경제까지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금융 부문에서의 협력관계 약화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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