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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기업르네상스를 열자] 기고.. 소비의 중용이 필요하다
입력1998-11-17 00:00:00
수정
1998.11.17 00:00:00
소비는 미덕인가 악덕인가. 1년전만해도 과소비가 나라를 망친다 했다. 지금은 저소비가 문제가 된다고 한다. 건전한 소비를 하자는 구호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누구든 안다. 지금은 소비를 하지 않어서 경기가 나쁜 것을…. 국민총생산(GNP)는 투자와 저축, 소비, 수출 그리고 수입에 의해서 결정된다. 어느 하나가 나쁘면 다른 것이 이를 보충해줘야 한다. 이들은 서로 밀접히 연관돼 있기 때문에 그 어느 하나도 나쁜 상태를 오래 지속시켜서도 안된다. GNP의 65%를 차지하는 소비가 오랫동안 침체되면 투자도 회복될 수 없을 것이고 실업도 감축될 수 밖에 없으며 소득도 늘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소비가 지나치게 가라앉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러나 어떻게 할 것인가.정부지출은 풀만큼 풀리고 있다. 400%를 넘는 부채비율을 절반수준으로 줄이라는 유무형의 압력에 시달리는 기업은 투자에 눈돌릴 겨를도 없다. 결국 가계가 쓰지 않으면 소비를 회생시키기 어렵다. 이를 위해 온갖 묘방이 동원되고 있다. 거기에 소비가 애국이라는 호소까지 곁들인다. 그러나 소비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의 가계수지는 상당한 흑자를 보이고 있다. 절대액으로는 감소했지만 소비하는 것보다 저축을 더 늘리고 있다. 게다가 이런 추세는 좀처럼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닫힌 호주머니를 열리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빚지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여기에 가계대출창구도 얼어 붙었다. 이러한 마당에 합리적인 소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해봐야 효과를 거둘 수 없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해에 맞춰 행동한다. 구호보다는 실질적인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역시 경제구조를 안정시키는 데 있다.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셔야 그에 맞는 소비성향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반의 경제정책이 일관성있고 투명하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며 정부의 개입에 의한 구조조정도 신속히 마무리지어야 한다.
소비자금융의 경색을 푸는 일도 중요하다. 최근 정부나 금융기관이 소비자금융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지만 일선창구에서의 경색은 여전하며 금리수준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시정하는데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요망된다. 특별소비세제 개선, 건축규제완화, SOC투자확대 등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들이 차질없이 시행되도록 하여야 한다. 물론 이러한 정책들이 얼어붙은 시장을 녹일 수 있느냐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정책당국은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은 최대한 동원해야 할 것이다. 매월 1일을 건전소비의 날로 지정해 얼어붙은 가계소비를 녹여봄직도 하다. 한편 저축과 내수를 연결시킬 수 있는 고리를 모색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그 가운데 하나는 가계의 저축이 금융저축일변도에서 벗어나 일부라도 벤처기업등에 직접투자토록 하는 방법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 바로 엔젤이나 뮤츄얼펀드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벤처투자가 활성화되면 저축이 투자로 연결돼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가계도 생존형 소비마저 줄이는 식으로 너무 움추러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 미래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삶의 질도 도외시해서는 안된다. 적게 써서 대비하는 자세도 필요하지만 분수에 맞게 쓰고 열심히 일하겠다는 진취적인 자세도 필요하다. 그래야 경기도 살아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 줄이는 것도 아니요, 과다하게 쓰는 것도 아닌 중용의 길이다. 소비는 악덕도 미덕도 아닌 합리성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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