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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낮과밤] 4. 저축대부조합의 투기와 파멸
입력1999-03-04 00:00:00
수정
1999.03.04 00:00:00
미국에서는 80년대에 수백개의 S&L(저축대부조합)이 무너지면서 금융시장의 최대 골치거리로 부각됐다.30년초 새롭게 출범한 S&L은 원래 주택자금 대부가 주목적이었다. 대공황으로 타격받은 서민들에게 내집 마련의 꿈을 실현해준다는 게 설립 취지였다.
S&L의 문제점은 70년대 들어서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석유파동 이후 물가가 상승하자 S&L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S&L은 주로 단기 자금을 끌어들였지만 상환 만기 15년∼30년의 장기 대출이 주종을 이루었다. 이에 반해 물가가 올라도 S&L의 예치금 이자는 최고 5.5%에 묶여버렸다.
S&L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결국 예금자들을 다른 고수익상품으로 쫓아버린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레이건 행정부는 80년초 처음으로 S&L 문제에 대한 처방전을 내놓았다. 규제 폐지를 전면에 내건 채 이자 상한선을 철폐하고 S&L의 매매를 자유롭게 허용해주었다.
이렇게 되자 투기꾼들, 특히 부동산업자들이 앞다투어 S&L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 중 한 사람이 찰스 키이팅(CHARLES KEATING)이다. 키이팅은 링컨 S&L을 인수한 후 은행자금을 이용, 고수익을 겨냥해 부동산 개발과 정크 본드 매입에 열을 올렸다. 일반대출에도 담보물 감정가액의 100%까지 빌려주었다.
이렇게 대출하자면 예치금이 많아야 했다. 링컨 S&L은 자산 규모를 늘리기 위해 비싼 이자를 주고라도 예치금을 끌어오는데 총력을 쏟았다. 아예 브로커까지 고용하기도 했다.
회사측은 또 노골적인 분식회계로 자산을 부풀렸다. 가령 5,000만달러가 필요한 고객이 찾아오면 우선 선이자 2년치와 대출 수수료를 포함해 1,000만달러를 미리 떼고 장부상에 대출금으로 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실제 한 푼도 돈을 번 게 아니었지만 장부상으로만 이익이 발생한 것이다.
이밖에 링컨 S&L은 다른 S&L과 부실대출을 실제 가격보다 비싼 가격으로 사고 판 것으로 분식한 론 스왑(LOAN SWAP)을 동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국의 신속한 조치를 가로막은 결정적인 요인은 S&L이 강력한 로비활동을 전개했기 때문이었다.
키이팅은 수백만달러를 정치자금으로 뿌려 연방 상원의원들의 영향력을 등에 업었다. 심지어 5명의 연방 상원의원이 직접 나서 감독기관에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미국식 정경유착인 셈이다.
링컨 S&L은 결국 89년에 문을 닫았다. 링컨 S&L의 뒷처리를 하는데 25억달러가 투입됐고 정계의 「키이팅 5인방」은 청문회에 출석, 자신들의 입장을 변명해야만 했다.
80년대에도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던 S&L 문제는 지난 89년 부시행정부가 마련한 금융기관개혁법으로 비로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 법의 골자는 다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시적 기구인 RTC(RESOLUTION TRUST CORPORTION)를 설립, 부실한 S&L을 신속하게 처리했다. 이를 위해 장부가격에 상관없이 인수자만 나서면 부실 S&L으로부터 인수한 부동산과 유가증권 등의 자산을 매각했다.
S&L 문제 처리를 위해 1,500억달러가 넘는 세금을 투입하느라 국민의 부담은 가중됐지만 마침내 해결의 가닥이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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