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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만족 경영」 도입… “불황아 가라”/철강업계 경영혁신
입력1997-04-11 00:00:00
수정
1997.04.11 00:00:00
한상복 기자
◎고객을 공장대표 대리인으로 선정 파견/「서비스팀」 신설·카페같은 대기실 마련 등/업체마다 새경영시스템 만들기 “신바람”동부제강은 올해 1월부터 일부 부서의 이름을 바꾸었다.
대외적인 이미지가 너무 딱딱하다는 일부의 지적에 따라 오랫동안 사용해온 부서 명칭에 과감히 손을 댄 것. 예를 들어 가공판매팀은 유통서비스팀으로, 냉연판매팀은 실수요서비스팀으로 옷을 바꿔 입혔다. 다른 부서들도 이름만 들어도 무엇을 하는 곳인지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동부는 서비스를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대부분의 대외업무 관련 부서에 서비스란 명칭을 넣는 파격을 시도했다. 소비재가 아닌 철강을 만드는 회사로서는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소비자의 곁에 한발짝 다가가려는 회사측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동부제강은 또 고객서비스 강화와 품질향상을 목적으로 공장대표 대리인 파견제도인 MR(Mill Representative)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사제품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고객을 선정, MR요원이 직접 방문해 고객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준 및 고객의 욕구가 무엇인지를 집중적으로 파악한다. 그런 다음 후속조치 차원에서 고객들의 민원을 해결하는데 노력한다. 회사측의 한 관계자는 『MR활동을 펴면서 제품의 질과 서비스의 질이 높아졌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객만족 차원에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철강업계가 예전과 다른 모습으로 거듭 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젠 철강분야도 변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한다. 특히 철강경기 불황이 계속되는데다 최근에 터져 나온 한보와 삼미사태로 큰 시련을 겪고 있는 업체들은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고 경영혁신을 추진하는 등 새로운 경영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분위기다.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동부제강만이 아니다. 국내 최대의 철강업체인 포항제철을 비롯해 대부분의 기업들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변신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변화의 흐름이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포철은 올 한해를 「고객만족 경영실현 원년」으로 잡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포철은 최근 「고객만족 실천 3개년 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위해 고객서비스팀을 신설했다. 포철은 또 고객이 단 한번의 전화만으로 요구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클로버서비스와 상담전용 전화를 개설하는 등 원스톱시스템을 구축해 가동하고 있다. 이와함께 포철은 앞으로 3년간 전부문에 걸쳐 고객의 입장에서 획기적인 경영을 해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제도개선을 포함해 의식개혁, 기업문화 형성 등 3개 부문에 걸쳐 신개념의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자존심이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난 공룡기업 포철로서는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포철은 고객만족과 함께 경영혁신도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포철은 기본적으로 과거와 똑같은 방식, 똑같은 일로는 더 큰 발전을 기대하기 곤란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상황이 변하고 있는데 그냥 앉아만 있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포철은 올해에 세계 1위의 철강회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어떤 환경 아래에서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운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결점이 없는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한편 비용최소화 차원에서 근검절약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또 업계 전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각종 대금을 어음 대신 현금으로 지불하는 등 관련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 주총에서 사외이사제와 사외감사제를 도입했다.
포철은 정부의 공기업 경영혁신 추진방안에 부응,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하고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한편 자본 국제화와 해외투자사업 확대 등 세계화 경영에 따른 효율적인 경영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이같은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철강유통 회사인 포스틸도 「고객의 소리듣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포스틸은 고객이 곧 주인이라는 영업 서비스 정신을 바탕으로 지난해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고객이사제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철강중소기업 경영자클럽 임원과 우수 고객사 경영진을 주요 산업별로 안배해 18명의 초대 고객이사를 선정,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포스틸의 영업관련 임원회의에 돌아가면서 3명씩 참석, 영업정책과 제도에 대한 고객의 의견과 애로사항을 전하고 있다.
고급 카페를 연상케 하는 고객대기실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인천제철은 인천에 있는 본사 건물 안에 회사를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고객대기실을 마련, 문을 열어놓고 있다. 이곳에는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누구든 별 불편 없이 일을 볼 수 있다.
특히 인천제철은 현금인출기도 설치해 놓는 등 손님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잊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또 적극적인 고객만족을 위해 전국 주요도시에 영업점을 신설하고 발로 뛰는 등 영업조직 자체를 서비스 중심 형태로 바꿨다. 인천제철은 경영혁신에도 적극적이다. 현대자동차 출신의 노관호 사장이 지난해 취임한 이래 치열한 경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힘을 쏟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 회사는 올해초부터 세계 초일류 철강업체를 목표로 한 「3top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동국제강은 요즘 수주생산 통합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올해말까지 이 시스템을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동국제강은 시스템 구축이 생산성 향상과 조직관리의 효율화 측면에서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철강업체들은 올해가 한단계 발전하느냐, 아니면 그대로 주저앉느냐를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칫 그동안 쌓아올린 성과를 하루 아침에 잃을 수도 있다고 염려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중요한 시기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한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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