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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의 말/최창환 정경부 기자(기자의 눈)

한보그룹이 부도난지 8개월이 흘렀다. 한보에 거액이 물린 국내 금융기관들이 부실채권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그런데 물린 돈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치는 외국금융기관은 하나도 없다.『속으로 끙끙 앓고 있을 겁니다.』 『한보철강이 이자는 주고 있으니까 드러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겁니다.』 금융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받지도 못할 돈을 받겠다고 아우성쳐 치부만 드러내기보다 조용히 실속을 챙기면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나서 한보철강의 빚을 변제할 것으로는 꿈도 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지난 24일 국제통화기금(IMF)연차총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기아의 부채를 대신 갚아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못박았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금융기관의 동향을 감안하면 부총리는 굳이 안해도 될 말을 한 셈이다. 이날 발언직후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계 기업의 해외증권 가격이 폭락했다. 물론 부총리의 발언이 직접적인 가격폭락 요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악영향을 끼친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또 강부총리는 「못할 말」도 했다. 기아의 화의신청에 대해 지난 25일 『화의는 파산절차와 같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충분한 법률검토가 없었던 잘못된 발언으로 드러나 뒤늦게 취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제도보다 당국자의 의향이 더 중시되는 우리 풍토에서 괜한 오해의 빌미가 잡혔다. 지난주 IMF회의기간중 미국과 일본 당국자들은 말 한마디로 국제경제를 흔드는 힘겨루기 공방을 벌였다. 루빈 미재무장관은 달러강세가 인플레 억제를 통해 미국에 도움이 된다고 밝혀 달러강세를 끌어냈다. 미스터 엔이라는 별명의 일본 대장성 사카기바라 국제금융담당차관은 환율을 둘러싼 G7 재무장관회담 내용이 잘못 해석되고 있다고 공박, 엔화를 강세로 반전시켰다. 비슷한 때(지난 21일) 강부총리는 『환율에 대한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이 없다』고 원칙론을 폈다. 이바람에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부총리의 진의가 무엇인지 안절부절했고 원화환율이 덩달아 춤췄음은 물론이다. 부총리가 환율 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해야 정답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지난 일주일 동안 부총리의 발언과 그 파장을 음미해보면 책임있는 당국자가 할 수 있는 말과 못할 말, 안해야 할 말이 과연 무엇인지 충분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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