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 매각공고가 31일로 예정됨에 따라 인수 후보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상황을 놓고 보면 KAI 인수에는 국내 방산사업을 하는 대한항공이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다른 대기업들이 부정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어서 경쟁구도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정책금융공사는 31일 KAI 매각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매각작업에 돌입한다. 이번 매각대상 지분은 41.7%(4,070만여주)다. 현재 KAI 경영권은 정책금융공사와 삼성테크윈, 현대자동차, 두산그룹 등이 주주협의회를 구성해 갖고 있다.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일은 내달 16일이다. 이후 3~4주간 예비실사 등을 거쳐 10월 중순께 본입찰을 실시한다. 매각측은 본입찰 이후 1~2일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연내 최종 인수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KAI는 항공기 등을 제작하는 방산업체라는 특성상 인수 후보군이 넓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까지 상황으로는 KAI의 인수를 위한 유력 후보로 대한항공이 거론되고 있다. 인수의지나 외부의 평가도 대한항공이 우세한 편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2009년3월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KAI인수에 당연히 관심이 있고 때가 되면 인수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 지속적으로 관심을 표명해 왔다.
대한항공은 매각공고가 나오면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KAI인수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보여온 것은 사실”이라며 “매각공고일(31일)에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일각에서 제기된 유럽의 방산그룹인 EADS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국민연금 등 국내 재무적 투자자(FI)나 항공기 기술이전 등이 가능한 해외 업체 등과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날 대한항공 주가는 KAI 인수에 따른 자금부담 우려로 전 거래일 대비 3.14% 하락했다.
삼성그룹이나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한화 등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은 일찌감치 인수포기를 선언하거나 대외 여건상 자금여력이 감소해 KAI 인수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삼성테크윈을 통해 항공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후보 가능성으로 거론됐지만, 지난 4월 공식적 부인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최근 전장부품 강화 등을 위해 현대오트론 설립 등에 추가투자가 예상돼 1조원 이상의 딜에 참여하기 부담스럽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 역시 최근 현대자동차 주식을 급히 매각하는 등 자금을 모으고 있지만, 인수합병(M&A) 실탄용이라기 보다 조선업황 부진에 따른 운용자금 확보차원이라는 분석이 강하다. 특히 조선업황 부진에 따라 현금성 자산이 2010년말 1조8,000억원에서 지난 해 말 1조6,000억원으로 줄어들고 있어서 대규모 M&A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화도 최근 대한생명을 통해 보고펀드의 동양생명 인수를 시도하다 ING생명의 동남아법인 인수를 추진중이다. ING생명 동남아(홍콩ㆍ말레이시아ㆍ태국)법인 매각가는 3조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한화의 경우 대한생명이 3조원대 딜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고 말해 KAI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한화그룹 관계자도 “방산업체를 영위하다 보니 KAI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공식 검토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IB업계에서는 자금력이 있는 국내 대기업들이 모두 KAI 인수를 직간접적으로 부인하는 상황이다 보니 유효경쟁에서 실패해 유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KAI의 회사가치가 인수자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까지 올라가 있는 상황”이라며 “대외변수까지 겹쳐 인수 후보군이 많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매각측은 “매각흥행 수준은 아니더라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이 있어서 유효경쟁은 가능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인수자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자본은 방산업체의 10% 이상 보유할 경우 정부(지식경제부)의 승인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단독 참여는 불가능하다. 대신 국내 대기업과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날 종가(2만7,200원)를 기준으로 할 경우 KAI의 매각가격은 1조1,000억원선이고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더할 경우 1조4,000억원을 넘어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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