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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장애 아이가 가져다 준 기적

게임사 다니던 이수인·이건호 부부

태어나자마자 장애 가진 아이 위해 게임·교육 결합 앱 개발 美서 대박

이수인(왼쪽) 로코모티브랩스 대표와 이건호 대표가 두 사람의 아이를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로코모티브랩스

6년 전 미국. 서울대 95학번 캠퍼스 커플로 만나 결혼생활을 하던 이수인(왼쪽), 이건호 로코모티브랩스 공동대표 사이에서 학습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곧바로 인큐베이터로 들어갔고 이 대표는 '왜 의사가 되지 않았지…'라며 자책했다. 둘 다 엔씨소프트 출신으로 게임 관련 일을 해왔지만 그간의 경력이 모두 쓸데없이 느껴졌다. 아이를 진료하던 담당 의사는 이 대표에게 물었다. 어떤 일을 했었느냐고. 이 대표는 게임 관련 일을 했다고 답했고 의사는 '그 일이 당신의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삶의 전환점이 되는 질문이었다.

일주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이수인 로코모티브랩스 대표는 15일 서울 미근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도 수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토도 수학(Todo Math)'을 개발하게 된 배경을 소개했다. 이 대표는 "게임과 교육을 결합한 사업을 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출산을 계기로 진정성을 갖고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결심을 했다"며 "막상 교육 시장을 들여다보니 정보기술(IT) 시대에 걸맞지 않게 너무 낙후돼 있었다"며 사업 초기를 떠올렸다. 이 대표는 "부모가 밀착해서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의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가정이 많은데 우리 제품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2012년 미국에서 창업한 로코모티브랩스는 지난해 '토도 수학' 앱을 출시해 130여개국에서 13만 다운로드를 기록, 28개국 교육 분야 앱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재 미국 1,250개 초등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다. 2013년에는 미국의 권위 있는 교육상인 '론치에듀케이션앤드키즈(Launch Education&Kids) 베스트 디자인 어워드'에서 '토드 수학' 프로토타입으로 상을 거머쥐었다.

사업 초기만 해도 미국 이민자인데다 부부 창업이라는 핸디캡, 그리고 영어 소통 문제 등으로 여건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진정성을 알아본 마누 쿠마르 K9벤처스 대표가 팔을 걷어붙이고 도와준 덕에 성공적으로 앱을 출시할 수 있었다. 쿠마르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연구실을 돌며 아이디어 단계에 있는 예비 창업자에게 경영과 법무·세금·유통 등 종합적인 컨설팅을 제공하고 사업을 키우는 시드머니 투자가다. 이 대표는 그의 도움에 힘입어 전직 페이스북 임원과 골드만삭스 임원 등으로부터 엔젤 투자를 받았으며 미국에서 공교육 개혁을 위해 조성된 '뉴스쿨즈 벤처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른 후에는 한국의 소프트뱅크벤처스와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최대 입시학원인 탈에듀케이션의 투자를 유치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대표는 "국내와 달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창업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벤처캐피털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다"며 "쿠마르 대표는 이사회 멤버로도 참여해 경영 전반에 대한 조언과 추가 투자자금 마련까지 모든 것을 도와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도 이혼 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 부부 창업자가 투자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쿠마르 대표는 집에서 일하지 말라는 조언과 함께 흔쾌히 남편의 사업 참여를 승낙했다"고 덧붙였다.



'토드 수학'은 아이들이 싫어하는 학습지를 앱을 통해 리듬감과 속도감 있게 재현해냈다. 게임 요소인 지도 탐험과 몬스터 등을 접목해 공부에 쉽게 질리는 아이들도 오랜 시간 흥미롭게 수학을 배우고 반복 학습할 수 있다. 이 대표는 "공부가 어려운 아이에게 학습지를 풀라고 하면 이보다 고통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라며 "3세 때부터 아빠의 스마트폰으로 앵그리버드를 하는 세상인데 기존 학습지는 아이들에게 너무나도 진지한 공부를 가르치고 있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로코모티브랩스는 디지털 종합학습지 업체로 성장해나간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장차 중국과 한국 시장에서도 외연을 넓히겠다는 포부다. 이 대표는 "애플이 '토드 수학' 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애플의 IT 기기에 설치해 시장에서 금방 성장할 수 있었다"며 "IT 기기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장기적으로는 '종합 디지털 학습지 업체'로 도약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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