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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한데 직종·직급 가릴수있나요”너도나도 하향지원러시(취업대란)
입력1997-08-13 00:00:00
수정
1997.08.13 00:00:00
이학인 기자
◎9급공무원·중기에 대졸자 쇄도/기업들 감원한파 인문계 더 심해/입사후 중도퇴직 속출 부작용도『올해에는 9급공무원이나 중소기업이라도 들어가겠다. 우선 입사한 후 다른 직장을 잡도록 노력하겠다.』
지난해 대기업 입사시험에서 7번이나 떨어진 후 현재 집 근처 독서실에서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취업재수생 박모씨(27)는 씁쓸해했다.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9급공무원, 집배원 등 과거 고학력자들이 꺼리던 직종에까지 대졸자들이 몰리는 하향취업현상이 보편화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 취업붐도 거세게 불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직업의 귀천을 나누는 사회적 편견이 사라지고 있다는 바람직한 면도 있지만 고학력자의 직장 구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서울시에서 봄·가을 두차례 실시하고 있는 9급공무원 시험에는 합격자의 90% 가량이 전문대졸 이상으로 채워지고 있는데 매년 그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오는 26일 시작되는 9급시험 원서접수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서울시를 찾은 신모양(23)은 『선배의 권유로 10월에 치러지는 시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려고 준비해왔다. 직종이나 직급을 가린다는 것 자체가 배부른 소리 아니냐』고 취업의 절박함을 설명했다.
하향취업현상은 이공계보다 인문사회계에 더 심한 편. 이공계출신은 정보통신 등 신직종이 많아 그런대로 취업이 되지만 인문계는 기업체마다 관리직을 줄이고 금융계까지 구조개편으로 찬서리를 맞고 있어 채용문이 어느때보다 좁다.
사실 고졸자들의 직장으로 꼽히고 있는 한국통신·한전 등 공기업 6급직원의 경우 행정직은 1백% 대졸자들로 채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 3D업종으로 분류돼 인력난을 겪고 있는 우편집배원도 고학력자 비율이 점차 높아지기는 마찬가지. 현재 1만3천1백19명이 종사하고 있는데 이중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소지자는 모두 4백46명. 지난 90년에 비해 5배 이상 늘어났다.
중소기업에 문을 두드리는 대졸자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 5월 실시한 중소기업채용박람회에는 3백61개의 중소기업과 15만5천명의 지원자들이 참가해 이중 7천여명이 직장을 구했다. 직장을 잡은 상당수가 과거 중소기업을 외면하던 속칭 명문대출신이다.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엘리트 사원」을 채용하는 기회가 늘고 있는 셈이다.
부천에서 통신기기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최근 기술직 3명을 채용하기 위해 PC통신에 구인정보를 냈더니 무려 1백여명이 몰렸다. 이중에는 명문대 졸업자를 포함해 석사학위 소지자도 여럿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하향취업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 지하철공사는 최근 기능직 직원 채용시 공고출신자에 유리하도록 규정을 고쳤다. 공사는 몇년 전부터 대졸자들을 채용해봤지만 일을 이겨내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가 잦아 채용단계에서부터 대졸자들을 줄이기 위한 방편을 마련한 것.
교육전문가들은 『이미 대졸자들이 엄청나게 과잉 공급된 상태로 뚜렷한 목적없이 대학에 진학할 경우 취업을 앞두고 큰 곤란을 겪을 것』이라며 『대학의 인력구조를 산업구조에 맞춰 바꿔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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