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셋이 늙었다는 사람은 벌 받을 것이다." 63년생 비제이 싱(피지)이 미국PGA투어 개막전에서 80년생 애덤 스콧(호주)을 2타차로 따돌리고 우승 한 뒤 시상식장에서 밝힌 소감이다. PGA통산 30승 중 40세 이후에만 18승째를 올린 싱은 자신을 두고 '노쇠했다'고 말하는 일부를 겨냥한 듯 올 시즌 맹활약하겠다는 각오를 이렇게 드러냈다. 8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의 플렌테이션 골프장(파73ㆍ7,411야드)에서 끝난 메르세데스-벤츠 챔피언십(총상금 550만달러). 2라운드부터 선두에 나섰던 싱은 3언더파 70타로 최종 라운드를 마치며 합계 14언더파 278타로 정상에 섰다. 2004년 1타차 준우승, 2005년 13번홀 트리플보기로 역전허용, 2006년 연장패 등 3년 내리 스튜어트 애플비의 들러리 역할을 했던 그로서는 '개막전 한 풀이'에 결국 성공한 셈이다. 더구나 지난해 1승밖에 거두지 못하며 상금랭킹 4위로 처졌고 한때 1위에 오르기도 했던 세계랭킹은 8위까지 처지는 등 부진에 빠졌던 터라 싱에게 이번 우승은 재도약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싱은 이번 우승으로 40대 최다승 기록(18승)을 경신(종전 샘 스니드 17승)했고 페덱스 포인트 4,500점을 받아 1,000만달러의 우승 보너스가 걸린 페덱스컵 레이스에서 경쟁자들에 한발 앞서 나갔다. 그는 이날 1, 2번홀 연속 버디로 기세 좋게 출발했다가 8개홀 연속 파행진으로 주춤하는 바람에 스콧에게 2타차로 바짝 추격당했으나 침착한 마무리로 2타차 우승을 확정지었다. 스콧이 17번홀에서 3퍼트 보기를 해 주저 앉은 것이 싱의 우승에 큰 디딤돌이 됐다. 한편 최경주는 4언더파 69타로 최종일 경기를 마무리, 합계 6언더파 286타로 공동 8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 그는 비록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으나 시즌 첫 대회에서 역사적인 첫 티샷을 날린 데 이어 나흘동안 평균 80%를 넘나드는 정확한 아이언 샷 감각을 과시해 올 시즌 맹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사상 첫 대회 4연패에 도전했던 스튜어트 애플비(호주)는 공동 13위(4언더파 288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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