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건이 전쟁ㆍ자연재해ㆍ대량실업 등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또 재정지출ㆍ국세감면을 유발하는 법령을 재ㆍ개정할 경우 재원조달 방안과 기존 국세감면의 축소ㆍ폐지방안을 제출하도록 의무화된다. 이는 정치권 등의 선심성 ‘세금 깎아주기’ 법안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기획예산처는 국가재정법이 4일 공포돼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2일 밝혔다. 이 법은 지난 61년에 제정된 예산회계법과 91년에 만들어진 기금관리기본법이 통합돼 탄생한 법으로 내년부터 국가 재정운용과 관련한 모든 정책과 시스템이 이 법률을 축으로 운용, 관리된다. 국가재정법은 먼저 세금을 깎아주는 선심성 법안의 남발을 막기 위해 정부나 국회가 재정지출ㆍ조세감면을 담은 법안을 발의할 경우 향후 5년간 재정수지 추계자료와 재원조달방안을 반드시 첨부하도록 했다. 또 관련 법령 제ㆍ개정시 기획처와 반드시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한편 새로운 국세감면을 요청하기 위해서는 기존 국세감면의 축소 또는 폐지방안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 같은 ‘조건부’ 국세감면 적용은 이번이 처음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작업에 상당한 탄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추가경정예산도 ▦전쟁ㆍ대규모 재해 ▦경기침체ㆍ대량실업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 ▦법령에 의한 지출소요 발생 등 3가지 요인에 한해서만 편성하도록 요건을 대폭 강화시켰다. 현행 예산회계법상의 추경편성은 ‘예산 성립 후 생긴 사유로 인해 예산 변경 필요시’로 포괄 명시돼 있어 사실상 추경편성에 대한 제약이 없었다. 이 법은 또 정부 예산 중 쓰고 남은 ‘세제 잉여금’의 절반 이상을 공적자금ㆍ국채ㆍ차입금 등 국가채무 상환에 우선적으로 쓰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정부 각 부처가 주어진 지출한도 내에서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예산 총액배분ㆍ자율편성제(Top-down)도 새로 적용된다. 각 부처가 당해 회계연도부터 5회계연도 이상의 기간에 대한 중기사업계획서를 기획처에 제출하면 기획처는 회계ㆍ기금을 합친 전체 재원을 기준으로 각 부처가 지출할 수 있는 한도를 배분하게 된다. 각 부처의 자율권이 확대되면서 이에 상응하는 책임도 강화됐다. 기획처에 예산요구서를 제출할 때 해당 재정사업으로 기대가 되는 성과 등을 담은 ‘성과계획서’를 제출하고 만약 성과가 미흡한 사업으로 판명될 경우 관련 예산의 10% 이상을 감액당하게 된다. 법률은 또 정부 예산이 여성과 남성간 성차별을 유발할 가능성을 사전에 분석하는 성인지 예ㆍ결산제도와 국민 누구나 정부 부처 장관에게 예산ㆍ기금의 불법 재정지출에 대해 시정요구를 할 수 있는 ‘국민감시제’를 새로 도입했다. 이 같은 내용의 국가재정법은 내년에 수립되는 2008년 국세 세입예산안과 국가 중기재정운영계획(2007~2011년)에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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