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정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세수 진도율은 갈수록 악화해 이대로 갈 경우 무려 8조5,000억원의 세수펑크가 났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조원에 달하는 세수가 부족한 사상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20일 발표한 '11월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국세수입은 152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000억원 감소했다.
세수 진도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 9월까지 진도율은 70.5%로 전년 동기보다 5.0%포인트나 하락했다. 올 7월(3.2%포인트), 8월(4.7%포인트)의 세수 진도율 격차보다 폭이 커졌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지난해보다 세수펑크 규모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는 세입 예산안 분석을 통해 올해 국세수입은 10조7,000억원 부족하고 오는 2018년까지 총 41조3,000억원의 세금이 덜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국정감사를 통해 세수펑크 규모가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도 "지난해보다는 어려울 것 같다"며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원·달러 환율이 관세나 수입품 부가세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연간 전체의 흐름을 개선하기에는 다소 늦었다"고 말했다.
세목별로 살펴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소득세와 교통세는 전년보다 각각 3조8,000억원, 1,000억원 불어난 데 반해 관세·법인세·부가가치세는 각각 1조3,000억원, 9,000억원, 6,000억원 줄어들었다.
이는 환율하락과 기업실적 부진, 내수침체 등이 종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라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9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34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조9,000억원 늘어났다. 이대로라면 정부가 중기재정계획상 약속한 올해 관리재정수지 목표치(-25조5,000억원)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수지를 제외한 것으로 나라의 살림살이를 나타내는 실질지표로 쓰인다. 통합재정수지 적자도 전년보다 4조4,000억원 늘어난 6조5,000억원을 나타냈다.
9월 말 현재 중앙정부 채무는 전월보다 14조9,000억원 줄어든 496조2,000억원이다. 올해 299조4,000억원 규모의 주요 관리 대상 사업 중 10월 말까지 집행 규모는 247조9,000억원으로 연간 계획 대비 집행률은 82.8%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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