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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스템 붕괴상태 장기화…/기업돈가뭄 “극한상황”

◎대출 사실상 중단… 은행끼리만 거래/10대재벌마저 고리사채 의존증권·외환시장 공황으로 금융시스템 붕괴상태가 장기화되면서 기업의 돈가뭄이 극한상황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일부 재벌기업조차 사채시장을 기웃거리며 연 30%이상의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실정이며 중소기업들은 진성어음조차 제대로 할인이 되지않고 있어 피를 말리는 하루살이 신세를 면치못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은행 창구의 극심한 몸사리기, 종금사 등 2금융권의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통화당국이 시중에 공급하는 자금은 기껏 금융기관간 자금거래로만 운용되고 있어 금리도 지표상으로만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들어 현대, 삼성, LG 등 올 상반기부터 자금확보에 나섰던 최상급 재벌그룹외에는 대기업들조차 최근 자금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이 때문에 10대그룹에 속한 대기업들마저 사채시장에서 연30%이상의 고금리 자금조달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기아사태이후 종금사들이 자체 자금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기업어음(CP)마저 매수세가 뚝 끊겨 기업의 단기자금 조달창구가 막혀있는 상황이다. 은행창구 역시 최근 신규 자금지원을 사실상 중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출업체인 C사의 임원은 『4개월전 거래은행으로부터 신용대출을 약속받았으나 기아사태이후 지금까지 은행에서 「두고보자」는 말밖에 하지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요즘들어 자금여유가 있는 국책은행만이 재벌그룹 대출을 실시하고 있을뿐 시중은행에서는 사실상 기업대출이 중단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통화당국이 파악하는 금리지표는 하향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회사채유통수익률(3년만기)은 최근 연 12.6∼12.7%, CP와 양도성예금증서(CD) 유통수익률은 연 14.3%, 13.8%수준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리지표는 체감 금리와 전혀 동떨어진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통화당국이 최근 돈을 많이 풀고 있지만 이들 자금이 금융기관사이에서만 맴돌 뿐 실물경제쪽으로 전혀 흘러들어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관계자들은 『붕괴된 금융시스템을 재건, 공황상황을 진정시키는 게 급선무』라며 『우선 종금사의 구조개편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 2금융권을 정상화시켜 단기자금시장이 정상 가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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