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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숨돌릴 새 없다/삼미그룹 부도 파장

◎한보영향이어 국내은 대외신인도 더 추락/이달들어 서울서만 하루 23개사 불도로 쓰러져/증시 위축… 기업 돈구하기 “하늘의 별따기”「97년은 우리경제에 마의 해가 될 것인가.」 지난해말 노동법 개정안의 국회 날치기통과로 연초부터 터져나온 노동계 파업에 이어 지난 1월23일에는 한보철강의 부도, 그리고 숨돌릴 겨를도 없이 19일 삼미계열의 주력업체들인 삼미특수강과 (주)삼미가 법정관리신청을 함에 따라 우리 경제는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수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대형 경제관련 사건사고들이 불과 3개월도 못되는 기간동안 연달아 발생함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침체일로에 있는 우리 경제를 더욱 옥죄고 있다. 지난 1월에 발생한 한보그룹의 부도여파는 아직도 그 잠재적인 폭발력에 있어서 앞으로 어떤형태로 우리경제에 파장을 가져올지 아직도 예측을 불허하는 상태다. 한보그룹의 부도는 1차적으로 한보에 거액을 대출해준 금융기관의 부실화와 협력 및 하청업체들의 연쇄부도로 이어진 바 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상태다. 지난 1월 중 서울지역에서 하루평균 부도로 쓰러진 기업이 17.1개이던 것이 한보사태의 파장이 본격화된 지난 2월 중에는 하루평균 19.5개로 크게 늘었다. 더구나 이달들어 15일까지는 하루평균 22.6개로 급증했다. 이처럼 부도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은 한보관련 기업들이 부도로 쓰러지는 경우도 있지만 금융기관들이 한보사태 이후 대부분 몸을 사려 웬만한 신용도나 담보를 가지지 않은 경우에는 대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번에 삼미특수강과 (주)삼미가 부도전 법정관리를 신청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봐도 한보사태가 은행들의 자금운용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한보에 혼쭐이 난 금융기관들이 삼미의 경우에는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따라서 삼미의 부도는 시간문제라는 것이 금융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시각이었다. 문제는 한보사태로 인해 극히 보수화된 금융기관들의 자산운용행태가 이번 삼미의 법정관리신청으로 더욱 위축되리라는 데 있다. 따라서 한보에 이은 삼미사태의 파장은 결국 자금력이 떨어지고 신용도와 담보력에서 취약점을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의 연쇄부도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삼미사태의 파장은 기업들의 부도 도미노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한보사태로 인해 치명타를 입은 국내 은행들의 대외신인도에 또 다시 엄청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가 한보관련 4개은행의 장기신용도를 한단계씩 하향조정한데 이어 S&P사도 한국계 기관이 일본에서 엔화로 발행한 사무라이채권에 대한 투자에 주의를 촉구한 바 있다. 미국의 FRB와 영국의 영란은행도 한국계 은행의 유동성문제에 우려섞인 관심을 표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의 해외차입조건이 크게 악화되면서 「코리언 프리미엄」이 0.2%포인트까지 치솟기도 했다. 일본내 국내 은행점포들은 자금조달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아 국내 본점에서 긴급수혈하는 경우도 있었다. 더구나 최근에는 일본 금융기관들이 3월말 결산을 맞아 한국계 은행들에 대한 대출금을 회수함에 따라 자금조달난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차입에 곤욕을 겪는 것은 비단 은행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전, 삼성물산 등 국내 간판급 기업들도 한보사태이후 0.05∼0.15%포인트의 프리미엄을 더 얹어야 발행이 가능할 정도로 차입조건이 악화됐고 주식연계증권의 경우에는 발행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도 생겼다. 한보에 이은 삼미사태는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해외차입뿐만 아니라 국내 증시의 위축으로 이어져 국내에서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에도 적잖은 어려움을 줄 전망이다. 삼미의 법정관리가 신청된 19일 채권시장에서는 회사채수익률이 연 12.85%로 뛰어올라 1년6개월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하오장에서는 아예 거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주식시장에서도 전일에 비해 11포인트 가량이나 급락하는 장세를 연출했다. 당분간 국내 경제가 극심한 경기침체 와중에 이들 대형 금융사고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본다면 기업들은 은행대출뿐만 아니라 증시를 통한 직접금융도 쉽지 않아 돈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될 전망이다. 더구나 극심한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감량경영을 추진하면서 지난 1월 중 실업률(계절조정 후)이 2.4%로 지난 94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와중에 한보에 이은 삼미사태로 중소기업들의 연쇄부도가 이어질 경우 실업률은 크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고실업과 저성장, 자금난과 연쇄부도, 해외차입조건악화와 외환위기, 경상수지 적자확대와 외채누적, 국제적 신인도의 추락 등 우리 경제의 현주소는 「총체적 위기」라는 표현으로도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김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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