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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강은 ‘돈먹는 하마’/1조씩 쏟아부은 설비증설 경쟁
입력1997-07-18 00:00:00
수정
1997.07.18 00:00:00
한상복 기자
◎공급넘쳐 채산성악화·경영난/“삼미이어 기아까지” 부실 주범/장치산업 ‘눈먼 투자’ 지양을「특수강은 멀쩡한 기업을 잡아먹는 불가사리인가」
삼미특수강의 지난 3월 부도에 이어 기아특수강이 부도방지협약 대상업체로 지정됨에 따라 국내 특수강산업을 이끌어온 이들 쌍두마차가 올들어 모두 비운의 길을 걷게 됐다.
특히 굴지의 대기업인 기아그룹과 삼미그룹이 특수강 때문에 위기를 맞이했다는 점에서 「특수강사업이 밑빠진 독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기아의 경우 특수강 주력의 삼미와 양상이 다르지만 특수강사업으로 그룹이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삼미그룹은 모기업인 삼미특수강이 1천2백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올해초 무너지자 공중분해됐고 기아그룹 역시 기아특수강이란 고질병으로 벼랑에 몰렸다. 기아특수강은 지난해 그룹전체 적자(1천2백90억원)의 68.13%에 달하는 8백79억원의 적자를 기록, 그룹의 부실화를 이끈 주범.
특수강은 자동차나 기계 등 국가 기간산업에 필요한 기본소재를 생산하는 국가 전략산업. 수급상황만 잘 맞춘다면 수익성이 보장된 부문이다. 그러나 최악의 경영난을 겪어온 양대 특수강업체는 한보부도 이후의 금융공황을 이겨내지 못했다.
이들 특수강업체의 몰락은 과잉투자로 인한 금융비용 부담에 공급과잉에 따른 채산성 악화가 겹친게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삼미와 기아는 지난 80년대후반 건설 및 자동차 등 수요업종의 호황에 따라 경쟁적으로 생산설비를 증설해왔는데 이처럼 지나친 외형경쟁이 화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삼미가 지난 87년부터 연산 1백만톤 체제를 목표로 증설을 추진, 91년말에 완공하자 기아는 이에 뒤질세라 당시 15만톤에서 올해까지 72만톤 규모의 3단계 증설에 착수했다. 이들 기업은 공장증설에 각 1조원 가량을 쏟아부었으나 제품이 햇볕을 보기도 전에 불어닥친 특수강경기 불황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삼미는 지난 93년 8백96억원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94년에는 6백85억원, 95년 3백94억원으로 적자규모가 줄면서 경영이 정상화되는 듯 했으나 지난해 1천2백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내고 주저앉았다. 적자의 주원인인 강봉 및 강관사업을 올해초 포항제철에 매각했음에도 불구, 경영난을 감당치 못하고 부도를 냈다.
기아의 적자규모는 매년 폭발적으로 늘어왔다. 93년 2백12억원에 이어 94년 4백41억원, 95년 7백9억원, 지난해 8백79억원의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철강업체들은 특수강이 수요변화에 민감한 다품종 소량생산 품목이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하나 기아와 삼미는 국내시장 여건을 잘못 예측하고 과당경쟁을 벌인 결과, 화를 자초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국내 특수강업계 전체의 생산능력은 기아 72만톤, 삼미 78만톤과 기타업체를 포함해 총 1백80만톤에 달하고 있으나 수요는 1백5만톤에 불과하다. 무려 75만톤 규모의 설비가 과잉투자된 셈이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이들 기업은 지난해 악성부채 상환용으로 각각 6억달러 규모의 외화대출을 신청했으나 재정경제원으로부터 거절당했다. 『외화대출의 용도가 시설재 도입용으로 한정돼 있어 부채상환용으로 허용하는 것은 특혜다』는 것이 재경원의 거절사유.
기아는 재계순위 8위의 튼튼한 기업이었고 삼미그룹도 지난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속칭 「잘 나가던 기업」이었다. 투자경쟁에서 비롯된 이들 기업의 좌초는 철강 자동차 유화 등 대규모 장치산업의 「눈먼투자」 관행에 쐐기를 박는 교훈으로 작용할 전망이다.<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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