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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에서 만난 일하는 산모들의 대체적인 이야기가 임신하거나 아이 낳고 나면 자리가 없어지거나 복귀해도 승진에서 누락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하더군요. 임신 사실을 당당히 회사에 알리고 난 후에도 인사평가에서 불이익없이 승진하고, 출산·육아 휴직 후 복귀해 경력단절 없이 제 꿈을 펼칠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입니다."
최지윤(32)유니클로 FRMIC(경영혁신센터)팀 대리의 말이다. 2008년 입사해 서울 명동점 사원으로 유니클로와 첫 인연을 맺은 최 씨는 부점장, AK플라자 수원점장 등을 거치며 현재는 점장 교육·양성 센터인 FRMIC에서 일하고 있다. 대다수 여성의 생애 주기대로 최 씨 역시 입사 후 결혼·임신·출산의 과정을 거쳤다. 꿈 많던 최 씨도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행여 경력단절을 경험하는 것 아닐까'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야말로 잠시 스쳐 지나는 고민이 됐다. 2012년 2월 출산 및 육아 휴직에 들어간 최 씨는 약 6개월 만에 일터로 바로 복귀했다. 교육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십분 살려 노력하던 중 연이 닿아 현재는 FRMIC에서 미래 점장을 꿈꾸는 이들을 교육하고 그들의 꿈을 실현하는 길잡이가 돼 주고 있다. 새 꿈도 품었다. 대학교 학부 전공(스페인어)을 살려 훗날 스페인 혹은 남미 등지에 매장 문을 열면 꼭 가서 일해 보고 싶다는 포부다.
지난달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경력 단절 여성 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으로 결혼, 임신·출산, 육아 등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여성(이하 경단녀)은 197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1.1% 증가했다. 회사로 돌아오기도, 아이를 다 키운 뒤 재취업하기도 어려운 이들은 채 꿈을 펼치지 못하고 고이 접어두게 마련이다. 각고의 노력으로 일터로 돌아오긴 했지만, 임금수준은 결혼 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다반사. 한국의 여성경제활동률은 17%로 OECD 평균보다 턱없이 낮다. 여성인력 활용의 비효율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 지금, 최 씨는 경단녀 꼬리표 없이 다시 사회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최 씨가 일하고 있는 유니클로의 '여성인재 지원 정책'이 사다리가 된 덕분이다.
유니클로는 단순한 법규 준수에 머무르지 않고 출산·육아휴직 대상자가 마음 놓고 휴직을 신청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등 바른 조직문화 구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육아 휴직에서 돌아온 여성 직원들이 불이익없이 휴직 전과 동등한 기준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경력이 단절된 주부 사원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등 여성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새 삶의 기회를 부여한다. 유니클로는 3개월의 출산 전후 휴가, 1년 육아 휴직 뿐 아니라 하루 2시간 단축 근무하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운영한다. 조은정 유니클로 인사팀장은 "패션업 특성상 여성 직원의 수가 많을 수 밖에 없는 구조지만, 단순히 입사 때 숫자가 많은 게 아니라 이들이 장기고용으로 이어져 오래도록 유니클로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며 "다른 업무를 하다 경력단절을 겪은 주부 사원을 적극 채용해 본인 능력 여하에 따라 점장까지 할 수 있도록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사다리를 마련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기준 유니클로의 여성 직원 고용 비율은 업계 평균인 50.94% 보다 약 8% 높은 58.66%, 여성 관리자 고용 비율은 업계 평균(23.13%)보다 월등히 높은 62.69%다.
유니클로는 근무 중인 여성 직원들의 회사 생활 만족도를 더욱 향상시키고자 올해 2월 서울 명동 로얄 호텔에서 '제1회 유니클로 여성 리더스 포럼'을 개최했다. 전국 유니클로 매장에서 근무 중인 80명의 여성 점장과 슈퍼바이저(SV)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업의 일원, 여성 리더로서 느끼는 고충에 대해 서로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과 생활의 밸런스(균형)' 등 5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여성으로 직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이나 고민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며 지혜를 공유하는 장이 됐다.
결혼·출산·육아로 경력단절을 경험한 이들에게 자아 실현의 기회를 다시 제공해 주는 건 비단 유니클로 뿐이 아니다. 유통·패션업계는 주부모델 혹은 신제품 체험단 등 자체 마케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슈퍼 맘'의 귀환을 환영하고 있다. 패션그룹 형지의 크로커다일레이디는 '여성의 행복을 디자인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2012년부터 '스타일 서포터즈'를 매년 운영하고 있다. 3040 주부를 대상으로 브랜드 주부모델을 자체적으로 선발해 활용한다. 출산 이후 산후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서포터즈 활동으로 새 삶을 찾았다는 이들과 활발히 사회에서 활동하던 이력을 접고 집 안에서만 머물러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 같은 우울감에 사로잡혀 있다 새 힘을 얻었다는 사람 등 반응이 뜨겁다는 게 회사 측 전언이다.
CJ제일제당 역시 '톡톡 주부 평가단'을 운영, 여성의 사회적 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주부 모니터'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해 11년째 운영 중인 '톡톡 주부 평가단'은 신제품 출시 전 미리 해당 제품을 체험해 품평하고 제품 발전에 조언을 건네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 밖에도 지난해 첫 시작을 알린 CJ그룹의 경단녀 재취업 프로그램 'CJ리턴십'은 경단녀 꼬리표를 떼고 일·가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어하는 뭇 여성들의 재기의 발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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