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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라크 공격/세계경제 장기戰 먹구름] 美 재정적자 눈덩이… 경제회생 발목

이라크 군의 저항이 거셌던 24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백악관으로 불러 존 스노 재무장관, 스티븐 프리드먼 백악관 경제담당 비서등과 함께 경제 현안을 논의했다. 정치인에겐 경제 악화가 반전 여론보다 무섭다. 부시 대통령은 그린스펀 의장을 지난주말 이래 세번 만났다.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세계 경제의 견인차인 미국 경제는 전쟁으로 흔들리고, 유럽 경제의 축인 독일과 프랑스는 올해 제로 성장이 예상되며, 일본은 장기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는 “현재의 상황이 91년 걸프전때보다 훨씬 불안정하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이번 전쟁으로 세계 각국이 정치적으로 분열했기 때문에 무역 자유화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선진국 경제 회복에 장애가 되고 있다. ◇소비 및 투자 위축= 바그다드로 진격하던 미ㆍ영 연합군이 곳곳에서 이라크 군의 강력한 저항에 부닫치면서 이번 전쟁이 미국이 기대한 이상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전쟁이 일찍 끝나면 세계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던 기대도 희박지고 있다. 전쟁이 오래 끌 경우 가장 큰 타격은 소비와 투자 심리의 위축이다. 뉴욕 금융가의 트레이더들이나 일반 가정의 미국인들은 요즘 이른바 `CNN 효과`에 사로잡혀 있다. 전쟁 초기에 미군의 바그다드 공습 장면을 보면서 주식을 사고 쇼핑몰에 나섰지만, 점차 미군 사상자와 포로가 늘고 테러 위협이 높아지면서 주식을 팔고 집에 칩거하고 있다. 소비자 신뢰지수는 10년만에 최저로 하락했고, 미국인들은 소비성 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고 있다. 2001년초 0%에 근접했던 미국인의 저축률은 올들어 6%로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가 위축될 경우 미국 경제는 올해도 3년째 잠재 성장률(3%) 이하의 성장을 이어나갈 우려가 높다. 소비 위축은 곧바로 기업 매출 위축과 투자 회복 지연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인들이 테러를 우려, 항공기 탑승을 꺼려하면서 미국 항공업계가 9ㆍ11 테러 이후 두번째로 연방정부에 수십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신청해놓고 있다. 미국 2위 항공사인 유나이티드 항공은 파산법 11조에 의한 청산 절차를 밟고 있고, 1위 항공사인 어메리카 항공도 심각한 경영위기로 법정관리에 들어갈 형편이다.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 자동차가 생산을 줄이기로 했다. 미국 경기 둔화의 직접 원인이었던 기업 투자는 지난해 8월께 살아날 조짐을 보였으나, 그후 이라크 전쟁에 대한 우려로 싹이 꺾이고 있다. ◇미 경제, 성장률 하락 전망= 대기업 로비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인들은 미국 경제가 올해도 2% 미만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비해 블루칩 연구소에 따르면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성장률을 2.6%로 보고 있데, 이들의 전망이 2년째 오류로 판명됐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의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금리를 상승시키고, 부동산 시장을 냉각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신규주택 건설 건수가 전월대비 11% 감소했다.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가 내년에 3,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윌리엄 노드하우스 예일대 교수는 상황에 따라 이라크 전비를 750억~5,000억 달러로 추산했는데, 전쟁이 길어질 경우 미국의 재정 적자는 크게 불어날 전망이다. 뉴욕 증시가 지난주 급상승했지만, S&P 500 종목의 주가수익률(PER)이 91년 걸프전 직후에 비해 두배나 높은 상태여서 전쟁이 조기 종결돼도 증시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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