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이 채무상환을 유예하면서 단말기 구매는 각 사의 수급 환경을 고려해 판단하겠다며 여지를 두었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들이 결국 이를 거절함으로써 팬택이 현금확보에 실패해 협력업체들이 이달 말부터 도산할 우려가 현실화될 상황이다.
29일 팬택과 이동통신사 등에 따르면 팬택은 28일 이동통신사들에게 협력업체들에 지급할 자금 확보를 위해 단말기 13만대 물량을 받아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다. 단말기 13만대 물량은 현금 900억 규모.
팬택은 지난 11일에도 협력업체에 발행한 어음 180억 원을 결제하지 못했다. 이달에 협력업체에 지급해야 할 돈은 500억 수준. 팬택이 채무상환 유예와 함께 제안한 최소 구매물량 보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550여 개의 협력업체들이 자금난으로 연쇄 도산 우려가 현실화될 상황인 것이다.
이동통신사들이 현재 보유한 재고물량은 50만대 가량. 이동통신사들은 지난 6월과 7월 두 달 동안 25만 이상으로 개통시키며 추가로 20만대 이상의 물량을 소화할 수 있지만 팬택의 요청을 거절한 것이다.
팬택도 현금 확보를 위한 자구책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이달 직원들의 월급 지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경영진 역시 연봉삭감 포함해 경영 정상화까지 월급을 받지 않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팬택의 이 같은 노력과 함께 최종적으로는 이동통신사들이 최소 물량 요청을 받아주어야 하지만 이를 거부하면서 현금확보에 실패해 채무상환 유예 결정이 빛을 보지 못한 채 협력업체들이 연쇄도산 할 위기에 놓였다.
한 팬택 협력업체 임원은 “지난 11일 팬택에서 받은 어음이 만기도래했는데 팬택이 돈을 지급하지 못해 은행에서 1차 부도 통지가 왔다”며 “급하게 은행에서 대출받은 운영자금으로 어음을 상환했는데 기대했던 이동통신사들이 최소 물량을 받아주지 않으면 회사 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들이 추가적인 물량을 보장하지 않으면 팬택이 현금을 확보할 수 없고 결국 대금을 결제하지 못해 협력업체들이 줄도산하게 된다”며 “이동통신사들이 대외적 명분을 쌓기 위해 채무상환 유예를 했을 뿐 이 같이 행태를 통해 팬택을 옥죄고 550여 개의 협력업체 연쇄도산 우려를 모른 척 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