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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CRI 한국경제 침체진입 경고] 회복시기 예측 유보 “충격적”
입력2003-08-03 00:00:00
수정
2003.08.03 00:00:00
뉴욕소재 경기진단 분석기관인 경기사이클 연구소(ECRI)가 한국 경제를 지목해 아시아 위기 이후 처음으로 경기침체에 빠졌다고 선언한 것은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회복하고 있는 시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ECRI는 이번 침체가 10ㆍ26 사태 직후인 79~80년, 외환위기 때인 97~98년때의 침체보다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이 연구소는 한국의 경기 침체가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 부진, 이라크 전쟁등 외부적 요인보다는 카드채 부실에 따른 소비 위축, 투자 감소 등 내부적 요인에 전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ECRI의 분석은 경기 위축을 외부의 탓으로 돌리고 경기 부양에 안이하게 대처한 한국 정부에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CRI는 수십개의 거시 지표를 종합해 월별 선행지수와 동행 지수를 산출, 경기 사이클을 분석하며, 경기 침체의 정도를 `명확성(pronounced)`, `확산성(pervasive)`, `지속성(persistent)`등 3P의 기준으로 진단한다. 연구소는 두 지수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끝에 한국의 이번 경기 침체가 과거 두번의 침체보다 더 뚜렷하며 약간 더 확산되며 더 오래 갈 것으로 진단했다. 한국 사람들이 피부적으로 이번 경기가 IMF때보다 더 악화됐다고 말하는 것을 ECRI가 입증한 셈이다.
이 연구소는 많은 연구자들이 현재의 한국 경제 상황을 성장률이 하락하는 경기 둔화로 진단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 경제가 2002년 2월을 정점으로 성장률이 하락하다 올 4월 이후 경기 침체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5월 동행 지수는 4월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ECRI는 한국경제가 세계 경제의 거품이 붕괴된 2000년과 미국의 경기침체가 진행된 2001년에 침체를 피해 올해 침체에 빠진 주요 요인으로 가계 부채의 부실을 들었다. 연구소는 한국에서 나온 각종 자료를 종합해 지난해 중반이후부터 크레딧카드 부채의 파산이 급증했고, 그 결과로 소비 위축이 확대되고, 기업 매출이 부진하게 되는 악순환이 전개되면서 경기지수가 마이너스로 빠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 한국 경제는 언제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ECRI는 답변을 피했다. 선진국 경제가 회복하고, 한국의 주력산업인 정보통신(IT) 분야의 경기가 개선되고 있지만 한국 경제 내부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물론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하반기에 회복할 것이라는 컨센서스를 형성하고 있지만, 이 연구소는 이에 회의를 품었다. 가계 부실이 해소돼 소비자 신뢰도가 회복되고 제조업 투자가 증가하며 금융시장의 왜곡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경기회복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 증시가 상승하고, 기업실사지수(BIS)가 좋아졌지만, 여전히 지난해 말의 수준 아래에 있고, 채권금리가 한국은행의 목표금리 이하로 떨어져 금융시장의 여건도 불안하다고 연구소는 보았다.
ECRI의 랙쉬만 애츄던 소장은 경제전문 채널인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경제 상황을 `새로운 경기 침체`라고 규정했다. 그는 미국 경제의 더블딥(W자형 이중침체)에 관해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와 팽팽한 이론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미국의 2001년 경기침체를 예측하는 등 경기 사이클 분석 및 전망에 정통한 이코노미스트로 정평을 받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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