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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벤처-금융계 '3각비리 백화점'

1개월여간의 검찰수사결과 정보화촉진기금 운영실태는 기금 조성 및 감독기관을 맡았던 정보통신부와 집행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직원들이 두루 망라된 `비리 복마전'에 비유되고 있다. 정통부가 첨단기술 및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 93년부터 조성한 정보화촉진기금은 그간 방만한 운영 때문에 벤처업계에서는 공공연히 `눈먼 돈'으로 인식돼 온 게 현실이다. 정보화촉진기금은 90년대 후반의 벤처 붐과 맞물려 한국을 IT강국으로 이끄는바람직한 역할을 했지만 집행과정에서 대가성 금품수수, 부당 주식거래, 기자재 납품 비리 등 `검은 거래'가 똬리 틀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국민들을 허탈하게 하고있다. 검찰은 감사원으로부터 고발받은 사안을 포함해 수사대상에 올라있는 10여개 업체 중 1일까지 3개 업체만 수사하고도 구속자가 19명에 이르자 관행화된 비리의 광범위함에 적잖이 놀란 분위기다. ▲정보화촉진기금 운용 비리 1천600여명의 연구원을 둔 국내 최대 연구기관으로 정보통신과 전자분야의 신기술을 연구개발하는 ETRI는 현재 본부장 박모씨 등 전.현직 관계자 7명이 구속되면서 이번 수사의 최대 타깃. 비리가 드러난 ETRI관계자들의 경우 정보화촉진기금이 지원되는 연구용역에 특정업체를 파트너로 선정하거나 연구개발한 기술을 업체에 이전하는 과정, 기자재 등을 납품받는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떡고물'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정보화촉진기금의 운용주체라 할 정통부도 한 국장급 간부가 특정업자의연구과제가 정보화촉진기금이 지원되는 과제로 선정되게끔 영향력을 행사한 뒤 업체로부터 주식을 싼 값에 인수한 사실 등으로 비리 사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ETRI 관계자 4명과 정통부 국장에게 금품 등을 제공하고 `도움'을 받은 한 업체의 경우 2000년 당시 기술력과 경험이 일천한 중소기업이었음에도 대기업조차 개발할 엄두를 못내던 광채널제어기칩 개발사업을 수주했다가 결국 개발에 실패, 결과적으로 26억원의 국고가 낭비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 벤처기업-관공서.금융기관 `비리사슬' 이번 수사를 통해 벤처 붐에 편승한일부 벤처기업인들의 도덕 불감증과 함께 벤처기업으로부터 한 몫씩을 챙긴 관공서및 금융기관 관계자들의 `일탈'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전방위 로비사실이 드러난 한 코스닥 등록기업은 벤처기업 확인서를 발급하고각종 자금지원을 하는 중소기업청과 코스닥 등록을 대행하는 증권회사,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 법인세를 감면해 준 세무서 등의 담당자들을 상대로 금품과 `주식'으로 로비를 벌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업체는 또 우편집중국에 근무하는 정통부 간부들에게 우편자동화 기기인 바코드검증기를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준 데 대한 대가 명목으로 주식을 싼 값에 제공한 사실도 드러났다. ▲ 금품.향응보단 주식로비 `효과만점' 이번 수사의 특징은 비상장 주식이 로비의 유용한 수단으로 이용된 사실. 수뢰혐의로 구속된 공무원 18명 중 11명의 혐의에 `주식 저가매수'가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검찰은 금품의 경우 일회적 효과 밖에 없으나 비상장 주식을 로비수단으로 사용할 경우 뇌물수수자는 회사의 주주가 되면서 추후 코스닥 등록, 매출증가 등 회사영업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게돼 적극적, 지속적으로 뇌물공여자를 원조하게 된다고 전했다. 여기에 더해 턱없이 싼 값이나마 지불하고 주식을 인수하는 까닭에 받는 입장에서 현금에 비해 `뇌물'이라는 거부감을 덜 갖게 되는 것도 주식로비의 이점. 실제로 주식을 뇌물로 사용한 회사 관계자들은 금품이나 향응 접대 보다 주식이더 유용한 로비수단이 됐다는 진술을 하기도 했다는게 검찰 관계자의 전언이다. 관련 공무원들은 주식을 저가로 취득함으로써 회사의 코스닥 등록에 필요한 기술확보를 위한 각종 연구과제 참여, 기술이전, 매출증가를 위한 납품 등에 적극적으로 편의를 제공, 사실상 업체와 `한 배를 탄 듯한' 행태를 보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주식로비를 받은 정통부와 ETRI의 간부는 정보화촉진기금이 지원되는 연구과제를 선정하는 시점부터 적극 `목소리'를 내며 회사를 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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