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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수도의 시작점 `통영`
입력2003-03-27 00:00:00
수정
2003.03.27 00:00:00
역시 한려수도는 전체를 통째로 봐야 그 진가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섬 하나하나를 봐도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 적지 않지만 적당한 높이에서 조망하는 한려수도의 전경(全景)에 비할 바는 못 된다. 통영 앞바다의 크고 작은 150여개의 섬들이 만드는 파노라마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오가는 배들의 움직임과 합쳐져 드라마틱한 장관을 연출한다.
한산도에서 시작해 여수까지 이어지는 한려수도의 장쾌한 모습을 살펴 볼 데는 많다. 기암괴석과 총석단애가 일품인 매물도나 용이 바다를 향해 헤엄쳐 나가는 형상을 한 연화도, 이순신 장군의 발자취가 어린 한산도의 어디에서나 섬들의 군무를 보기엔 부족함이 없다. 시에서도 차량으로 접근이 가능한 미륵도 안에 달아(達牙)공원을 조성, 관광객들이 한려수도의 뱃길과 석양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감동을 불러 일으키는 곳은 남망산 시민공원. 조선시대부터 어업과 행정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강구안항을 부지런히 오가는 작은 통통배들의 부산한 움직임을 그야말로 손에 잡을 듯 바라볼 수 있다. 통영을 왜 `동양의 나폴리`라 하는지 이 곳에 올라서면 안다. 그리 높지 않은 주변 야산을 배경으로 아기자기하게 움푹 파진 작은 포구들과 연이은 건물들이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이 지역의 유명한 시인 청마(靑馬) 유치환이 왜 그리 깃발과 파도, 그리움에 목을 매었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역시 남망산 입구에는 청마의 대표시 `깃발`이 새겨진 시비가 있다. 내려오는 길에 국내외 유명 조각가 15인의 작품들을 유치해 97년 조성한 조각공원을 둘러 보는 것도 남망산 여정의 즐거움을 더한다.
통영은 지난 95년 충무시와 통영군이 합해져 재탄생했다. 이순신 장군시절 한산도에 설치된 삼도수군통제영(統制營)이 300여년전 이곳으로 옮겨온 이후 통영이란 이름이 훨씬 친숙하다. 아직도 시내 곳곳에는 이와 관련된 행정 및 군사시설이 흩어져 있다. 지난해 10월 국보 503호롤 지정된 세병관(洗兵관)은 객사로 쓰이던 곳으로 경회루(서울), 진남관(여수)과 더불어 누각 형식의 건물로는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세병관이란 이름은 `만하세병(挽河洗兵)`에서 따 온 것으로 은하수를 끌어다 병기를 씻는다는 뜻이다. 건물 앞의 험상궂은 장군 모습을 한 돌장승(벅수)이 이곳이 예사롭지 않은 곳임을 짐작케 한다.
김일룡 향토역사관장은 “세병이란 평화를 바란다는 뜻인 동시에 전쟁에 대비한다는 의미도 된다”며 “현재 복원작업이 진행중이어서 일제가 훼손하기 이전에 100여채의 건물들로 구성된 웅장한 모습을 곧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영=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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