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현 외국인 체류자 가운데 연구자·기술자나 의사 같은 전문인력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4만9,524명이며 나머지는 비숙련 저임금 노동자가 대부분이다. 체류 중인 전문인력은 오히려 1년 전보다 1,000여명 줄었다. 국가 경제의 파이를 키우고 세수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창조적 전문인력이 복지비용을 유발할 여지가 큰 저임금 체류자보다 턱없이 적은 셈이다. 그나마 전문인력도 어학교육을 위한 회화지도(영어강사), 모델·운동선수들이 포함된 예술흥행 비자 인력을 제외한 순수 인원은 2만5,700여명에 불과하다. 정기선 이민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중소기업들의 노동력 수요에 따른 단기 저임금 노동자 확보에 이민정책의 초점이 맞춰진 탓"이라며 "이대로 가면 이민자들로 인한 경제 활성화 효과보다는 사회적 비용과 불안 증가가 더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의 외국인 출입국 정책이 국제적 기준에 비춰봐도 충분히 개방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수한 전문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우대정책도 다수 마련돼 있다. 첨단과학자를 초청하고 국내 고용을 지원하는 '브레인풀' 사업이나 해외고급인력기술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는 KOTRA 해외조직망을 통해 글로벌 고급인력을 유치하는 '콘택트 코리아(Contact KOREA)' 정책을 내놓았으며 현재 정부는 단기 체류자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역량을 심사해 장기체류로 전환해주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개인의 능력과 국내 노동력 수요에 따라 장단기 체류 대상을 세심하게 선별하고 이민 규모를 결정할 장기적 정책의 부재다. 한경연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 이민정책은 단기적 인력부족만 고려해 외국인 도입 규모를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 인력구조 변화, 고용상황,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종합적인 고려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캐나다·뉴질랜드 등은 내국인의 일자리와 겹치지 않도록 노동인력이 부족한 국내 산업을 검토하고 필요한 인력의 리스트를 작성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노동 부문별로 필요한 외국인 수 등은 추정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정 선임 연구위원은 "장기정책 입안을 위해서는 이민과 관련한 각종 통계·조사부터 완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급 전문인력의 장기체류를 촉진하려면 단순 유치정책보다 주거·고용 지원과 사회 인프라 정비에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많은 인력이 들어오는 것보다 한번 들어온 인력이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체류 외국인을 얼마나 유치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돈을 써가며 전문인력을 들여오지만 상당수 외국인에게 한국은 아직 선진국에서 더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거쳐 가는 징검다리일 뿐"이라며 "싱가포르처럼 국제학교와 병원은 물론 언어 인프라 확충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장기체류를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한국 기업·기관의 조직문화를 바꿔 능력 있는 이민자들에게 핵심 직책을 보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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