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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쓰는 붓글씨

타이완 출신 안무가 린 화이민이 이끄는 클라우드 게이트 댄스 시어터가 7~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첫번째 내한 공연을 갖는다. 예술의전당 개관10주년 기념작으로 기획된 이 공연은 아시아인으로서는 드물게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린 화이민의 춤 세계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팀은 아시아 현대무용단으로는 드물게 현재 구미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중. 클라우드 게이트 댄스 시어터는 세계 무용계에 `동양 열풍`을 일으켰던 안무가 린 화이민이 지난 1973년 창단한 타이완의 현대 무용단이다. 당시로서는 중화권 최초의 현대 무용단이었는데 아시아적 춤의 특성을 잊지 않겠다는 뜻으로 단체 명을 중국 고대의 의식용 춤 이름에서 따왔다. 세계적 명성의 힘 역시 오랜 전통의 동양미학을 현대 서구무용 어법에 적절히 혼합한 데 있다. 작가 출신으로 뉴욕에서 무용을 익힌 린 화이민은 고대 중국의 명상법과 움직임을 오랫동안 연구, 신화와 민속 등 동양 철학이 서양 현대무용과 어우러지는 무대를 창출해 냈다. 때마침 서구에 불어닥친 `젠`열풍도 그의 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서울에서 공연되는 2001년작 `행초`(行草ㆍ사진)는 이 단체의 춤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행초`는 서예가들이 글을 쓰는 모습에서 착안, 행서(行書)와 초서(草書) 등 한자체 서법을 무용으로 형상화한다. 무대 뒤 벽면에 서예 그림이 투사되는 가운데 유연한 몸동작과 적절한 완급 조절로 마치 글을 써 내려가듯 춤을 춘다. 공중제비, 점프, 가라데, 쿵푸 등의 강한 동작도 고루 등장시켜 빠른 역동성을 표현해 낸다. 작곡가인 쿼 시아오송 역시 첼로와 타악기를 이용, 대조와 어울림이 반복되는 음악을 만들어냈다. 린 화이민은 “지난 74년 한국 전통 무용을 배우러 왔을 때 이후 두 번째 방한”이라며 “단순히 오리엔탈리즘에 기댄 무대가 아니라 상상력과 동기, 우리 내면에 대한 탐구가 조화된 자리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02)580-1300.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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