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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한국산업 자동차·철강] 亞 철강업계 '짝짓기바람' 뜨겁다
입력2000-12-04 00:00:00
수정
2000.12.04 00:00:00
[2000한국산업 자동차·철강] 亞 철강업계 '짝짓기바람' 뜨겁다
아시아 철강업계가 전략적 제휴를 통한 짝짓기에 본격 나서고 있다.
최근 한국의 포항제철과 일본이 신일철, 중국의 바오스틸이 전략적 제휴를 통한 '철강 엘리트 연합' 형성을 가시화하고 있다.
또 일본의 NKK-가와사키도 제휴의 폭을 넓히면서 아시아지역에서 파트너 찾기에 나서고 있다.
가와사키는 열연 소재 공급을 매개로 이미 한국의 현대강관, 동국제강을 파트너로 끌어 들여 포철-신일철- 바오스틸 연합을 견제하는 새로운 대항축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일본의 스미토모 금속도 최근 동부제강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 철강업계가 합종연횡으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포철-신일철-바오스틸 엘리트 연합=지난달 30일 포항제철은 중국의 바오스틸과 주식의 상호 보유를 통한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신일철과의 제휴와 유사한 형태다. 바오스틸이 조만간 뉴욕증시나 홍콩증시에 상장할 즈음 일정량의 주식을 넘겨받는 대신 이에 상응한 가치의 자사 지분을 바오측에 넘겨 준다는 구상이다.
이 계획이 성사되면 아시아 철강업계는 포철-신일철-바오스틸간의 강력한 엘리트 연합축이 형성되게 된다.
이 엘리트 연합은 각국의 최고 고로업체들을 한데 묶어 철광석, 석탄 등 기초 원재료의 구매 등에서 강력한 리더쉽을 발휘, 세계시장을 적극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미국, 유럽 등지로부터 강화되고 있는 통상압력에도 공동으로 대처해 한 목소리를 냄으로써 보다 유리한 협상고지를 차지한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또 마케팅, 신제품 개발, 기술 협력, 제3국 진출 등에서도 각사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결합해 공동보조를 취함으로써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세계 시장 경쟁에서 각사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도 잇점으로 꼽힌다.
각 사가 상호 지분보유를 통해 자연스레 우호지분 확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최근 민영화를 완료한 포철이 특정 업체의 지분 매집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던 것도 '신뢰'할 만한 동종의 엘리트 기업끼리 지분을 주고 받는 '혈맹관계'를 구축하는 이번 제휴에 적극 나서게 만든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 연합축은 대만 제1의 철강기업인 차이나스틸(CSC)도 끌어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KK-가와사키-현대-스미토모= 엘리트 연합에 대항하는 새로운 대항축 형성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 축의 형성에는 일본 3위 고로업체인 가와사키와 4위인 스미토모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와사키는 일본내 2위 업체인 NKK와 협력해 신일철의 독주를 견제하고 한국에서는 현대강관ㆍ현대자동차 및 동국제강, 연합철강과 연계해 포철의 독점적 지위에 도전한다는 전략이다.
스미토모 역시 한국의 동부제강과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초 가와사키는 한국의 현대강관과 최고 40%까지 지분 투자 및 자동차 강판용 핫코일의 장기 공급을 내용으로 하는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동국제강과도 그동안 공급해 왔던 후판용 슬래브를 더욱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한편, 지분참여를 현재 4%에서 최대 10%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또 연합철강과도 냉연용 핫코일과 관련 기술을 이전하면서 협력 관계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일본의 고로업체들이 구사하는 전술은 지분 참여와 소재 공급 두가지다.
한국의 철강업체들도 부족한 유동성을 메우고 그동안 열연 등 소재확보에 애를 먹었던 경험을 되살려 소재의 안정적 조달이라는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의 제휴로 일본 고로업체와 한국의 철강업체들간에 열연 공급자-수요자 동맹이 구축될 것인지 여부가 주목된다.
이 경우 국내에서 포철이 유지해 왔던 독점적 지위가 한꺼번에 허물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와사키는 일본내에서도 NKK와 최종적인 경영통합을 목표로 기존의 물류, 구매, 유지보수 차원의 협력 관계를 생산 및 판매 업무로까지 확대해 나가고 있다. 양사의 통합이 이뤄질 경우 NKK-가와사키 동맹은 신일본제철(연산 2,400만톤)을 제치고 일본내 최대 고로업체로 떠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배경 및 전망= 전문가들은 아시아 철강업체들의 활발한 제휴가 세계 철강 시장의 과잉공급에 따른 장기불황을 극복하려는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일본업체들은 수년간 고로 가동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경영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감산 합의에 실패, 각사가 제 갈 길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의 박현성 연구위원은 "수년간 적자를 기록했던 일본 고로사들이 지난해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증산을 통한 수출 확대로 소폭의 순이익을 기록했다"며 "경영 개선을 지속시키기 위한 장기적인 포석으로 아시아 시장에서의 생산 및 판매 기반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 이들 제휴업체들은 지분율 확대나 소재 공급량 증대 등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시켜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각국 철강업체들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배타적 협력관계를 형성하기에는 아직은 이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포철의 유병창 상무는 "비록 제휴 관계를 맺었더라도 판매면에서는 한정된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 나가야 할 형편"이라며 "협력관계 속에서도 경쟁을 하는 '협조적 경쟁관계'가 이들 연합체들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강동호기자
입력시간 2000/12/0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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