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가 걸려든 것 같다.” “웬만해선 대마를 잡히는 일이 없었는데….” 검토실에서 들리는 쑥덕거림. 박영훈이 89, 91로 매섭게 추궁하자 이창호는 한참 망설이더니 92로 잇고 흑 두 점을 포기했다. “컸다. 꼭 포기해야 했나?” “살리고 싶은걸.” 참고도의 백1로 따내고 보아야 했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박영훈은 그러면 일단 흑2로 찌를 예정이었다고 하는데 그때 백3으로 뛰어나가면 참화는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바둑을 둘 무렵 이창호는 슬럼프의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2개월간의 전적이 2승6패. 이세돌에게 LG배세계기왕을 내주었고 유창혁에게는 3대0으로 완봉패당하여 패왕을 빼앗겼다. 바둑아시아대항전에서는 1승2패. 연초까지만 해도 농심배의 우승을 확정짓고 도요타덴소배와 춘란배를 연거푸 제패하여 기세를 뽐냈는데 봄이 오면서부터 도무지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이창호가 이끌고 있는 전북팀은 아직 1승도 거두지 못한 상태였다. 2전2패. 만약 이 판을 이창호가 지면 3전3패로 꼴찌가 될 것이다. 이창호의 위기.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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