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주요 철강업체들이 연초부터 진행해온 호주 철광석 업체와의 가격 협상이 쉽게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장기전에 돌입할 전망이다. 호주측은 중남미에 비해 운송료가 적게 들어가는 만큼 철광석 가격을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반해 아시아 철강업계에선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철강업계는 만약 호주측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새로운 가격 책정방식이 관행으로 굳어질 수 있다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시작된 포스코 등 아시아 주요 철강사와 호주 철광석 업체간의 가격협상이 구체적인 인상폭을 놓고 쉽게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석달째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당초 지난 2월 중순 브라질 발레사와의 가격 협상이 65% 인상에서 타결될 때만도 해도 쉽게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호주 업체와의 가격 협상이 장기화하는 것은 이들이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영태 포스코 전무는 이와 관련, “호주 업체가 벤치마킹 대상인 65% 가격 인상에 덧붙여 지리적으로 먼 브라질에서 수입할 때 보다 적게 들어가는 운송료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통상 철광석 가격은 메이저 업체의 가격이 정해지면 따라가는 시스템인데 이런 식의 다른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브라질에서 아시아 국가로 철광석을 실어 나를 때 들어가는 운송료는 스팟 가격 기준으로 톤당 30달러 가량 비싸다. 따라서 호주 업체들이 차액 전액을 요구한다면 발레사의 톤당 가격 인상 31달러(톤당 47.8달러→78.8달러)보다 배 이상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지를 부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포스코의 경우 수입 철광석 대부분을 일반 용선이 아닌 장기 계약된 전용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운송료 차액이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호주 업체들은 발레사 등 다른 메이저 업체보다 더 많은 가격을 받아내기 위해 운송료 차액이라는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권 전무는 “호주 리오틴토 등에선 ‘가격협상을 6월까지 끌고가겠다’고 밝히는 등 철강업계를 압박하고 있지만 한국과 중국, 일본 업체들은 벤치마킹 가격이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은영 미래에셋증권 이사는 “전용선박을 이용하는 포스코의 경우 실제 운임차가 없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닐 것”이라면서도 “호주 업체들도 운송료 차액 요구를 가격 인상의 압박카드로 쓰고 있는 만큼 적당한 선에서 절충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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