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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 "죽음의 고통 참으며 더 뛸래요"
입력2003-05-20 00:00:00
수정
2003.05.20 00:00:00
과제입니다. 요즘은 꿈에서도 금메달 따는 내 모습이 나타나곤 해요.”
`봉달이` 이봉주(33ㆍ삼성전자)가 지난달 13일 런던마라톤출전 이후 가진 달콤한 휴식을 접고 다시 신발끈을 바짝 조였다. 8월22~3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9회 세계육상선수권을 앞두고 본격 금메달 담금질에 나선 것.
지난 15일 경기 화성시의 삼성전자 육상단 숙소. 이봉주는 이날도 런던마라톤에서 7위에 머문 부진을 이번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말끔히 털어내겠다며 굵은 비지땀을 쏟고 있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의 외모. 이달 초 받은 모발이식수술 이후 머리털이 머리 앞부분을 덮어 한층 젊어져 보이는 모습으로 연신 싱글 벙글 웃으며 기자를 맞았다.
▲ 중도기권대회…명예회복 노린다
이봉주는 세계육상선수권과 `악연`이 있다. 마라톤 레이스 중 유일하게 중도에서 기권한 대회가 바로 이 대회(99년 캐나다 에드먼턴)이기 때문. 이번 파리 대회가 이봉주에겐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처음처럼`이란 말을 되뇌입니다. 같은 대회, 같은 코스를 뛸 때도 항상 초행길을 달린다는 기분으로 레이스에 나서지요.”
마라톤 대회 30번 출전, 29번 완주, 1분당 심장 박동수 38회(일반인 100회 이상). `철의 심장`을 가진 마라톤의 대가로 통하지만, 그는 늘 초년병처럼 레이스에 임한다.
이봉주의 하루일과는 새벽 5시부터 시작한다. 7시까지 10㎞정도 크로스 컨트리로 몸을 만든 후 다시 오후 3시부터 2시간 30분 동안 등산과 산악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20㎞정도 달린 후 훈련을 마무리 한다.
내달 초 강원 횡계 전지훈련을 시작으로 하순께 해외전훈을 거쳐 8월초에 파리에 곧바로 입성할 계획이라는 이봉주는 특히 올 2월에 태어난 아들 우석이 때문에 다리에 더욱 힘이 붙는다고 했다.
▲ 고교때 마라톤 시작한 늦깎이
`마라톤 달인` 이봉주가 고교1년때 마라톤에 입문한 늦깎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주일에 한번 있는 특별활동시간에 이봉주는 학교(천안농고)에서 독립기념관까지 이어지는 산악코스 15~20㎞를 달리면서 마라톤에 눈을 떴다.
이후 광천고로 전학한 이봉주는 3학년때 수원에서 열린 전국체전 10㎞단축마라톤에서 3위로 입상하면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서울시청을 거쳐 코오롱에 입단한 이봉주는 10여년동안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마라토너로서 만개하는 듯 했으나 99년 당시 코오롱 코칭스태프의 강압적인 훈련방침에 반발, 팀을 이탈하면서 호된 시련기를 맞게 된다.
무적 선수로 방황하던 이봉주는 그러나 2000년 도쿄마라톤대회에서 2시간 7분20초의 한국최고기록을 세우면서 화려하게 부활했고 때마침 창단한 삼성전자 육상단에 새 보금자리를 틀고 제2의 마라토너로서의 삶을 이어갔다.
이봉주는 당시를 “참으로 견디기 힘든 시기였다”고 회고하면서 “지금 다시 그런 결단의 시간이 온다면 똑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 4,5년 더 뛴 후 지도자 유학 떠날 것
이봉주는 2시간동안 쉼없이 달리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그는 대뜸 “솔직히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빨리 레이스를 끝내야 겠다는 생각만 머리 속을 지배한다”고 답했다.
“마라톤은 오직 훈련 중 흘린 땀방울만이 메달 색깔을 구분할 정도로 꼼수가 통하지 않는 유일한 스포츠지요.“ 그가 마라톤을 사랑하는 까닭이다.
“외국의 경우 40세를 넘어서도 선수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세계육상선수권을 2연패한 의사출신 아벨 안톤(스페인)은 39세까지 현역선수로 뛰었어요. 저도 30대 후반까지는 선수생활을 계속하고 이후 유학을 다녀와서 지도자 생활을 할 생각입니다.” 14년째 앞만 보고 달려온 이봉주에게 은퇴시기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칠 무렵, 마라톤 대가 답지 않게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마라톤은 할수록 정말 힘들어요. 훈련 도중 마주 달려오는 자동차를 보면 충돌하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워요.” 그렇지만 선수생활을 앞으로 4,5년 더 계속하겠다고 했다. `국민 마라토너`라는 수식어가 꼭 어울리는 말로 다가왔다.
<최형철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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