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삼성메디슨에 대한 '경영진단(감사)'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3년전 삼성전자가 인수한 이후 첫 그룹 감사다.
24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은 지난 1월말 삼성메디슨 감사에 착수했으며, 이달말 완료 예정이다. 현재 삼성그룹은 삼성메디슨 외에 지난해 손실이 컸던 삼성중공업에 대한 경영진단을 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중장기계획을 잘 수립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차원에서 하는 의례적인 정기 경영진단"이라며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 인수합병(M&A)을 한 뒤 통상적으로 3년 정도 후에 한번쯤 체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성 내부는 물론 업계에서는 삼성메디슨에 대대적인 변화 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삼성그룹이 삼성메디슨 정밀 경영진단에 나선 이유는 실적 악화와 더불어 인수 이후 아직까지 품질이나 조직 역량이 글로벌 일류이자 모기업인 삼성전자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는 불만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은 삼성메디슨 제품들이 세계 일류 품질 수준에 미달한다는 판단에 따라 아예 '삼성' 로고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디자인 외에 혁신, 안전성 등의 품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 *관련기사 2014년 3월20일자 17면 참조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 약 5,000억원을 투입해 의료기기 벤처기업 메디슨 지분 66%를 획득했다. 그러나 삼성메디슨은 오히려 삼성그룹 편입 전보다 못한 실적을 보이고 있으며, 실적부진은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2010년 매출액 3,245억원, 영업이익 304억원에서 2011년 매출은 3,13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4억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2012년에는 3,284억원의 매출로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당기순이익은 31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3ㆍ4분기 누적 매출이 2,012억원으로 연간 매출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메디슨 관계자는 "그래도 흑자전환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삼성메디슨은 최근까지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하지 않고 보수적인 행보에 머물러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영진단 결과에 따라 본격적으로 수익성 개선작업에 나서는 동시에 구조조정을 포함한 조직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디슨은 지금 곪을 대로 곪은 상태인데 문제거리를 찾으면 누군가 책임을 지지 않겠냐"면서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고 현상만 파악하려고 감사를 하는 건 아니라는 게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궁극에는 삼성메디슨이 삼성전자에 통합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미 삼성메디슨의 해외법인을 모두 정리하고 현지 법인에 편입시킨 바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 대표이사를 방상원 전무에서 조수인 삼성전자 사장으로 교체했다. 조 사장은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을 총괄하며 겸직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의료기기사업을 길게 보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비전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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