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산업계도 기대를 걸고 있다.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건설·플랜트 부문 외에 자동차·철강·해운 등 여러 업종이 이란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대(對)이란 수출은 지난 2010년 완성차 2만3,000대에서 경제제재로 2011년에는 1만2,000대로 줄어든 뒤 2012년에는 아예 중단됐다. 현대차는 이번 핵협상으로 끊겼던 수출길이 다시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중동 지역 판매량 확대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수출 재개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철강·해운업계는 업황 부진을 극복할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포스코가 개발한 고효율·친환경 제철공법인 '파이넥스' 수출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말 이란 정부는 포스코에 파이넥스 공법을 수입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포스코는 그 뒤 기술수출 가능성과 합작회사 설립 등 사업여건을 살폈지만 경제제재가 걸림돌이었다. 포스코의 파이넥스 수출이 가시화되면 다른 중동 국가로까지 사업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또 이란 자동차업계가 되살아날 경우 포스코가 만드는 자동차 강판 수요도 늘 것으로 분석됐다.
해운업계는 이란뿐만 아니라 주변 독립국가연합(CIS)까지 교역량이 증가해 일감이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란으로 가는 자동차·제지·화학·철강 물량과 한국으로 들어오는 석유화학 제품, CIS에서 이란을 거쳐 한국으로 향하는 농산물 수입이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계·중공업계는 수주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이란은 인구가 8,000만명에 달해 발전 수요가 크다. 낡은 설비가 많기 때문에 제재가 해제되면 발주가 잇따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중견·중소기업들도 이란발(發) 특수에 고무된 모습이다. 한 건설 중장비 중견업체는 지난해 이란 측 사업가가 합작법인 설립을 제안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란은 건설 수요가 많아 유압기기가 반드시 필요한데 관련 생산라인이 전무한 상태여서 우리 회사에 이란 내 합작회사 설립을 제안해왔다"며 "이란 경제제재가 해제되면 합작법인 설립 과정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조섬유 등을 이란에 수출하는 중소 무역업체 A사도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회사의 2011년 매출액은 500억원에 이르렀지만 대이란 제재가 본격화된 후 실적이 급감해 지난해 매출액은 56억원에 불과했다. A사 대표는 "2012년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본격화됐을 때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 회사들은 대부분 철수했지만 한국 회사들은 버틸 때까지 버티면서 현지인들의 호감을 샀다"며 "제재가 풀린다면 적어도 올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50% 이상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희 KOTRA 중동팀 과장은 "이란이 기존에 추진했던 나름의 산업화 정책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기계류와 전력·철강업체 등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며 "이란 경제가 활성화되면 이란 시민들도 쓸 수 있는 돈이 많아지니 소비재 수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자동차부품 등 일부 업종의 경우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불가피한데다 환율 동향도 국내 수출업체에 불리해 큰 기대를 갖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란에 자동차부품을 납품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한국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주춤한 사이 중국 업체들이 대량생산과 가격 공세로 이란 시장 점유율을 80%까지 높였고 유럽 업체들도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경쟁력이 커졌다"며 "이란 현지에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로열티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환율 등 불리한 여건을 감안해 중국·유럽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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