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액연금보험 수익률 논란 속에서도 다른 보장성 및 저축성 보험 상품은 예년 수준의 판매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액보험 판매는 치명타를 입었지만 이번 악재가 다른 보험 상품으로 전이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분석된다.
3일 서울경제신문이 중대형 생명보험사들의 지난 4월 상품 판매 가집계 현황을 파악한 결과 변액보험 상품은 수익률 논란이 판매에 악영향을 미치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20%가량 줄었다. 하지만 보장성 및 저축성 보험은 별다른 여파 없이 예년 수준의 판매를 기록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수익률 파문의 여파가 제한적인 것은 보험 상품별로 가입자의 성향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이번 일이 보험 산업 전반의 침체를 초래하는 최악의 방향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저축ㆍ보장성 보험, 수익률 논란에도 '꿋꿋'=컨슈머리포트에서 변액연금보험을 다룬 것은 지난달 4일. 그러니까 수익률 공방이 발생한 지 한 달 정도 된 셈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변액보험의 판매 부진 정도와 다른 상품 판매에 미친 영향 등을 살펴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4월 상품 판매 현황은 보험사에게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중대형사들의 가집계 결과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빅3'에 속하는 한 대형 생보사의 경우 연금 상품(변액보험의 비중 60%)의 판매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15% 떨어졌다. 이 정도면 업계에 던진 충격파에 비해 최악은 아니다.
특히 수익률에 민감한 변액 상품과 달리 매월 공시이율을 제시하는 보장성 및 저축성 보험은 지난해와 비슷한 보험료 수입을 기록했다.
대표적인 판매 채널인 설계사들이 4월 변액 보험의 수익률과 관련한 설명과 해명 등에 치중한 나머지 다른 상품 판매에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다른 메이저 및 중형 생보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변액보험만이 크게는 20% 내외, 적게는 10~15% 정도 판매가 줄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노후 안정과 생의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한 비자발적 가입 상품이 바로 보험"이라며 "수익률 이슈가 전면에 부각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액보험, 당분간 부진 불가피=문제는 변액보험을 둘러싼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점. 업계에서는 수익률 논란 직후와 비교하면 개선의 조짐이 보인다고 말하지만 예년 수준의 판매가 되려면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일단 고객의 뇌리에 변액 상품의 좋지 않은 이미지가 각인된 측면이 있어 적어도 수개월 이상은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외국계 생보사 등 은행 창구를 통해 변액보험을 주로 팔아왔던 곳도 이번 사태로 영업 타격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파문이 수익률 산정 방식에 대한 오해로 불거진 사태라고 덮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업비나 공시 제도 전반에 대한 개편 작업과 함께 상품에 대한 고객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고객 외면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