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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성 소비 지나치다(사설)
입력1997-03-04 00:00:00
수정
1997.03.04 00:00:00
지난해 사치성 소비재 수입액이 21억달러에 이르렀다. 전년보다 48%가 늘었다. 지난해 수입된 소비재는 모두 1백70억달러규모로 전년보다 21.2% 늘었다. 또 전체 수입액은 1천5백3억달러로 11.3% 증가했다.전체수입에서 소비재수입이 2배, 소비재 수입중에서 사치성 소비재수입이 2배 이상 빠르게 증가한 셈이다. 올들어 대기업들이 소비재의 수입자제를 선언하기는 했으나 추세는 줄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이미 1천억달러를 넘은 외채가 갈수록 쌓여가고 있다.
값싸고 질좋은 외국산 제품을 수입해다 쓰는 것은 나무랄 일은 아니다. 또 값이 비싸더라도 질이 뛰어난 제품 역시 소비자들은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런 제품들은 국내기업들에 기술개발을 자극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거기에도 정도가 있다. 아파트 한채값과 맞먹는 1억원짜리 모피코트, 한병에 수백만원하는 양주라면 이는 분수를 넘어 병적인 수준이다. 우리 경제가 그런대로 잘 나간다면 또 모른다.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같은 낭비는 경제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해악일 뿐이다.
일본만 하더라도 백화점에서 아무리 외제품이 비싸게 팔릴지라도 사회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외제품이 비쌀수록 일제품의 가격경쟁력은 올라간다고 여긴다. 이는 일본 국민들 사이에 일제의 기술력에 대한 신뢰와 과소비를 경멸할 수 있는 성숙한 국민의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와 다르다. 남이 쓰면 나도 써야 하는 뇌동구매 충동구매 현상이 두드러진다. 빚이라면 소도 잡아먹는 무모한 소비풍조도 한목 거든다. 거기엔 무조건적인 외제선호의식과 국산품에 대한 불신이 바탕에 깔려 있다.
소비재의 무분별한 수입은 자제돼야 하지만 개방화 시대에서 인위적인 수입억제는 어렵다. 이미 주한 외국기관들은 기업들의 자발적 소비재수입 자제 움직임과 민간단체의 과소비 추방캠페인에 정부의 입김이 들어 있지 않나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따라서 사치성 소비재의 수입을 궁극적으로 막으려면 국산품의 질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는 길외에 없다. 정부와 기업의 노력도 거기에 집중돼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 특히 부유 소비계층의 각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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