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7배까지 하락하며 코스피지수는 청산가치를 밑도는 1,820선까지 밀려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QE)를 단계적으로 축소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외국인들은 1조5,960억원어치를 한 주 동안 내던졌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이번 급락세를'일시적'으로 분석하고 당초 예상했던 하반기 증시 전망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유지했다.
23일 서울경제신문이 삼성증권ㆍKDB대우증권ㆍ우리투자증권ㆍ현대증권 등 국내 주요 10개증권사 리서치센터의 하반기 코스피밴드 전망치를 설문조사한 결과, 우리투자증권과 SK증권 두 곳을 제외한 8개의 증권사들가 하반기 코스피 상단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SK증권은 상단을 2,250포인트에서 2,150포인트로 낮췄고 우리투자증권은 당초 2,500포인트로 잡은 상단을 하향조정할 계획이다. 주요 10개 증권사들이 고수하고 있는 하반기 코스피지수 상단 평균치는 2,215포인트다. 현재 지수에 비하면 2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증권사들이 증시 급락에도 불구하고 목표지수를 내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양적완화 축소가 이미 예정됐던 사안이고 그만큼 미국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강해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기 때문이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는 "양적완화축소는 예정된 이벤트라서 이번 주가하락은 일시적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했고, 신한금융투자도 "4ㆍ4분기 양적완화를 단행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연초에 전망과 일치하기 때문에 상단을 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도 "양적완화 조기 축소조치는 미국 경기회복과 자금시장이 안정성을 찾아가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또 국내 기업들은 양적완화기간 중에 해외차입과 부실이 크게 늘지 않았기 때문에 일정기간 불확실한 국면이 지나간 후에 한국증시에 대한 선호도는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미래에셋증권도 "하반기 미국과 유럽 등의 경제회복강도가 강화될 것으로 보여 시간이 지날수록 저평가된 국내 증시가 부각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번 쇼크로 지수가 1,820포인트선으로 밀려나면서 지난주 하반기 증시하단을 수정한 곳이 있었지만 증시가 추가하락 한다는 전망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삼성증권과 현대증권이 하단을 1,900포인트에서 1,850포인트로, SK증권은 1,950포인트로 잡았던 밴드하단을 1,800포인트로 낮췄다. 이들 증권사는 "하반기 증시 하단은 PBR 1배 수준인 1,850선 위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2년간 양적완화로 주식시장이 올랐기 때문에 차익매물이 나오면서 단기적으로 주가가 빠진 것"이라며 "양적완화정책의 축소는 미국경기회복의 신호가 강하다는 뜻으로 하반기 미국소비경기개선에 따른 국내 증시에서 비중이 큰 정보기술(IT)과 자동차업체들의 실적과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