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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선 금융산업] 이자 빼면 마땅한 돈벌이 없어… 성장 밑그림 다시 그려야

<1> 저성장 위기에 빠지다<br>금융위기후 대출장사 한계 봉착… 저금리까지 맞물려 수익 내리막<br>단기성과 급급 CEO리스크 탓… 대규모 투자·해외진출도 힘들어<br>체력강화 위한 자구노력 절실… 금융당국 정책적 지원 뒤따라야




이대로 가다간… 한국 덮친 심각한 위기
[기로에선 금융산업] 이자 빼면 마땅한 돈벌이 없어… 성장 밑그림 다시 그려야 저성장 위기에 빠지다

김성수기자 sskim@sed.co.kr































금융위기후 대출장사 한계 봉착… 저금리까지 맞물려 수익 내리막
단기성과 급급 CEO리스크 탓… 대규모 투자·해외진출도 힘들어
체력강화 위한 자구노력 절실… 금융당국 정책적 지원 뒤따라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자신이 금융정책(금융감독국장)의 핵심 실무자로 일하던 지난 2003년 중요한 보고서를 하나 만들었다. 한 달여에 걸쳐 만든 금융산업의 중장기 비전이 담긴 보고서는 한국의 금융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총체적으로 보여준 '블루프린트'였다. 그리고 7년여가 흐른 2010년. 진동수 당시 금융위원장은 금융연구원 등을 통해 다시 한 번 블루프린트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 속에 묻히고 말았고 금융산업은 오히려 퇴행했다. 한때 엄청난 이익을 구가하던 은행들은 올 들어 다시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위기에 봉착했고 자산 규모 또한 세계 50위권 은행을 한 곳도 배출하지 못한 채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추진한 우리금융의 민영화는 다음 정권으로 다시 넘어갔다. 금융산업이 심각한 저성장의 위기에 빠진 셈이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우리 금융산업은 지금 체력이 고갈된 환자와 같다"면서 "체력 강화를 위한 자구노력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 금융 당국의 정책적 배려와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제3의 블루프린트'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성장 한계에 직면한 은행들=시중은행들의 성장한계는 수익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내 은행들의 총이익 대비 이자이익 비중(2009~2010년 평균)은 80%를 웃돈다. 이는 미국(75.6%)이나 유럽(57.5%)뿐만 아니라 중국(79.5%)보다도 높다. 반면 비이자 이익 가운데 변동성이 낮은 수수료 이익의 비중은 다른 국가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노진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대출 중심의 단순한 자산 포트폴리오는 은행의 유동성 관리를 어렵게 할 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는 문제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금리 기조 아래 점점 줄어들고 있는 순이자마진(NIM)도 똑같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ㆍ4분기까지 2.3%대를 유지했던 국내 은행들의 NIM은 지난해 말 현재 2.2%대로 줄어든 뒤 올 들어서는 2.1%선으로 떨어졌다.

◇저성장 국면에 돌입한 금융사=국내 금융계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형화와 수익성을 경영 화두로 제시했다. 은행들은 부동산 거품에 기대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았다. 부동산 경기가 꺾인 후에도 지난 10년간 깔아둔 가계대출을 바탕으로 연간 조 단위의 당기순이익을 과실로 챙겼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상황이 조금씩 바뀌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출이자에 기댄 소매금융 확대전략은 더 이상 지속적으로 단물을 제공해주지 못했다. 시중은행 부행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아 재미를 본 게 사실"이라며 "이제는 어디서 그만한 수익원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강문성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대로 가면 국내 은행은 장기적으로 저조한 수익성과 외형성장의 정체라는 이중고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보험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 자산은 쌓이고 있지만 이를 굴릴 만한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 보니 운신의 폭이 크게 줄었다.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에 대비해 비상대책회의를 열거나 태스크포스를 가동하는 형편이다. 게다가 변액보험 공시이율 논란 등으로 고객 신뢰를 잃은 터라 업계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카드업계는 중소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앞두고 있는데다 금융당국의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라 영업환경이 갈수록 팍팍해졌다. 실제로 전업카드사의 지난 1ㆍ4분기 당기순이익은 3,408억원(일회성 이익 제외)으로 지난해 동기의 4,664억원보다 27%가량 급감했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와 시장 포화 등으로 금융회사들이 고성장을 기대하시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1,000조원을 바라보고 있는 가계대출은 모든 금융권에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감독 규제도 강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새로운 돌파구 찾지만=전문가들은 금융사들이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낮은 예대마진이나 수수료 등에 매달릴 게 아니라 신규 사업을 뛰어들고 해외 시장에 진출해 수익기반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하지만 금융사들이 선호하는 중국과 인도네시아만 하더라도 해를 거듭할수록 문턱을 높이고 있다. 시중은행의 글로벌사업담당 부행장은 "현지 진출한 법인이 지점을 설치할 때도 2곳으로 제한하는가 하면 예대비율까지 높여 영업 확장에 제약이 많다"고 전했다.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도 국내외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니 새로운 먹거리를 찾거나 영업영역을 확대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토로한다. 아울러 당국의 규제도 변화를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항변한다. 말은 쉽지만 실행에 옮기기엔 리스크가 크다는 얘기다.

물론 그들의 항변 속에는 금융사들이 안고 있는 CEO 리스크가 담겨 있다. 2~3년에 불과한 임기 안에 성과를 내놓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눈 앞의 먹거리조차 보지 못하게 된다는 얘기다.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투자가 따라야 하는 해외 진출은 더욱 요원해진다. 고객보다 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최근 금융회사들의 행보도 이러한 CEO 리스크에서 출발한다.

결국 지배구조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면 변화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원장은 "변화를 요구하는 산업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능력이 필요하다"면서 "성장과 고객신뢰 두 마리를 잡기 위한 보다 큰 그림의 블루프린트를 다시 그려야 할 때"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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