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사진) KT 회장이 그룹의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에 돌입했다. 50여개 계열사 대표에 대한 재신임 통보를 신호탄으로 본격적인 정리에 나섰다. 잘게 쪼개진 자회사를 합치고, 부문별로 회사를 묶어 계열사 숫자를 대폭 줄이는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불요·불급·부진한 사업을 정리하고 본업인 통신사업에 집중하면서, 비영업 조직과 임원을 대폭 줄여 '경쟁력과 수익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가 자회사들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1단계로 지난 4일 50여개 계열사 사장에게 해임과 유임 등 재신임을 통보했다. 임기가 만료된 KT스카이라이프와 KT렌탈, 올 연말 임기가 끝나는 BC카드 대표 등이 사임을 통보받았다. 임기가 남아있는 KT파워텔·KT네트웍스·KT스포츠 등도 해임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T에스테이트는 대표가 자진 사임했고, kt샛과 KT텔레캅 등은 기존 사장이 KT로 발령 난 후 현재 공석이다. 큰 계열사 중에는 KT미디어허브 대표만 유임됐다. 올해 주총에서 대부분의 계열사 대표가 교체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 해임에 이어 계열사를 묶거나 줄이는 작업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계열사를 통폐합하면 임원 숫자와 비영업 조직이 크게 줄어든다.
계열사 중 자회사와 손자회사가 많은 곳, 그리고 규모가 작은 곳이 1차 검토 대상이다. KT손자회사로 있다가 이번 주총에서 자회사로 편입된 BC카드는 딸린 회사가 5개나 된다. 자회사로 H&C네트워크와 브이피가 있고, 그 밑에 다시 이니텍, 이니텍스마트로홀딩스, 스마트로 등을 줄줄이 뒀다. KT렌탈은 물적분할로 100% 지분을 갖고 있는 KT오토리스와 KT렌탈오토리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고, KT에스테이트도 자산유동화 회사인 kt AMC의 지분 100%와 임대사업을 관리하는 KD 리빙 지분 51%를 가졌다.
업무 관련성이 있는 회사도 묶일 가능성이 높다. 미디어 분야는 KT가 지분 100%를 갖고 인터넷TV(IPTV)를 담당하기 위해 신설한 KT미디어허브와 kt oic, 싸이더스 FNH, 유스트림코리아, kt뮤직, kth 등 다양하다. 그러나 KT미디어허브만 업계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나머지는 업계 중하위권에 머물러 독자생존이 쉽지 않다. 이동섭 SK증권 애널리스트는 "KT가 음악, 미디어, 커머셜, 마케팅 등 같은 부문을 묶으면 시너지효과도 낼 수 있고, 비영업 조직 축소로 비용도 크게 줄어든다"며 "KT의 내부 지분율이 높아 큰 그림만 그리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비통신 분야 계열사의 매각은 중장기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매각은 매수자가 필요하고, 가격도 맞아야 하는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계열사 중에 업무범위가 작고 업계 리딩 컴퍼니가 아닌 곳을 중심으로 모회사나 다른 관계사로 흡수 합병시키는 작업부터 시작될 것으로 본다"며 "합병은 내부 지분율만 높으면 진행할 수 있지만, 매각은 거래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당장 진행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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