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이템들이 너무 좋아 버릴 게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백화점식 사업운영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주안점을 둘 계획입니다.” 차석용(사진) LG생활건강 사장은 올초 대표로 부임한 뒤 취급제품 수를 줄이는 결단을 내렸다. 차 사장이 ‘제품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수익성 개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02년 3ㆍ4분기에 최고 실적을 낸 후 9분기 연속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은 극적인 반전이 필요했고 그 해답은 경쟁사인 P&G에서 오랜 기간 일해온 차 사장의 발탁이었다. 차 사장이 파악한 문제점은 ‘제품은 수만가지이지만 정작 수익을 내는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은 ‘모두 다 버려도 된다’는 얘기와 일맥 상통한다. 해결책은 간단했다. 선택과 집중이었다. 차 사장은 “제품구성을 볼 때 아직도 범용제품의 구성비가 매우 높은 편”이라며 “이를 장기적으로 프리미엄 브랜드 위주로 바꿔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 사장의 이 같은 의지는 올초부터 실무에 그대로 반영됐다. 생활용품사업부의 경우 판매부진 아이템을 과감하게 철수하는 방법으로 브랜드 내 아이템 수를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올해는 브랜드 내 아이템 수를 기존의 530개에서 400개로 25% 감축하는 게 목표다. 이와 더불어 전략 제품에 대해서는 마케팅투자를 과감히 확대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1분기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LG생활건강은 치약ㆍ샴푸ㆍ화장비누ㆍ세탁세제ㆍ주방세제ㆍ섬유유연제 등 6대 주력제품이 있다. 이 주력제품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4ㆍ4분기 31.8%에서 올 1ㆍ4분기에는 34.1%로 높아졌고 영업이익률도 11.1%로 지난해 말보다 3.3%포인트 올랐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 수익성 향상과 시장점유율 확대를 동시에 가져다준 것이다. 화장품사업부는 지난해 3ㆍ4분기와 4ㆍ4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전환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이 역시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투자 집중의 결과로 ‘오휘’와 ‘더히스토리오브후’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증가했다. 실적이 회복추세를 보이면서 주가도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3만원이 채 되지 않던 주가는 최근에 4만원을 넘어설 정도로 속력을 내고 있다. 차 사장은 생산효율과 브랜드가치 제고를 통해 주가를 10만원까지 올리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이 지난 1ㆍ4분기에 보여준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미 1ㆍ4분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낸 만큼 이 분위기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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