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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과 한국경제] 경영계에 남긴 교훈(중)
입력2001-03-23 00:00:00
수정
2001.03.23 00:00:00
'하면 된다' 도전정신 경제난 극복 좌표로…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은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한 때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였다.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돈은 1,000억원 남짓. 그나마도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대건설 주식을 무상증여, 사실상 빈손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가 남긴 '경영교훈'은 "크기를 재기 힘들다"는게 재계의 평가다.
◇자신있게 도전하라=정 명예회장은 경영일선에서 활발한 활동을 할 당시 늘 "나는 생각하는 불도저다"라는 말을 했다. "해 보기나 했어?"라는 질타성의 질문은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대변되는 '현대정신'을 만들어 냈다.
이는 신화를 창조하는 힘이 됐다. 자동차 제작에서부터 조선소 건설, 주베일항과 경부고속도로 등은 불가능을 실현시킨 사건들로 남아있다. 그는 '하면 된다'는 정신은 자원이 빈약한 한국경제를 고도성장으로 이끄는 힘이었다.
◇고정관념을 깨라=정주영이 만들어 낸 많은 신화는 고정관념을 깬데서 시작됐다.
52년 부산 유엔군 묘지에 잔디 대신 보리싹을 심었던 일화는 발상을 뒤 집은 것이었으며, 70년대초 현대조선소 건설 당시 선박 건조를 동시에 진행시킨 것도 과감한 고정관념 깨기에서 비롯됐다. 이 같은 사고는 경영위기를 맞는 많은 우리 경영계의 교훈으로 확고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것은 벤처정신으로 통한다. 정 명예회장은 스스로 "나도 벤처기업가"라고 말했다. 22일 산업자원부가 "정 전 명예회장은 진정한 의미의 '벤처기업가'다"고 논평한 것도 맥을 같이한다.
◇용병의 달인=정주영 회장은 '균형과 견제'라는 두가지 명제로 인사를 실시했다. 어느 한쪽으로 기우는 것을 싫어했다. 일을 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판단 때문.
이는 90년대 중반 이후 후계 구도를 확정하는데도 적용됐다. 그러면서도 파격을 적절히 활용했다. 필요하다면 새 자리를 만들어 발령을 냈으며, 일의 성격에 맞는 직위를 부여하기 위해 1년에 2~3차례 승진을 시키기도 했다.
이명박 전 현대건설 회장은 "경력이나 나이를 뛰어 넘어 능력을 보고 자리를 마련해 주는 진취적인 생각은 기업인 정주영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였다"고 술회했다.
이에 더해 정 전 명예회장은 과감한 도전정신으로 자동차 수리업, 건설, 자동차 제조, 조선소, 중동진출, 대선출마, 대북사업에 나서면서 좌절하지 말라는 교훈을 남기고 떠났다. "정 명예회장의 특별한 경영관은 어려움을 겪는 한국경제에 좌표가 될 것이다." 그를 조문하는 많은 기업인들의 말이다.
채수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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