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개선되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에도 돈이 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전국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자금사정지수(FBSI) 조사’ 결과 이달부터 다음달 사이에 자금사정지수 전망치가 109.8을 기록해 기준치인 100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이 전망치는 지난 3∼4월 수치(107.8)를 상회하는 것으로 기업의 자금사정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상의는 설명했다. 기업들의 자금 흐름을 수치화한 기업 자금사정지수(FBSI)는 금융환경에 따라 급변하는 자금시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개발된 것이다. 이 지수는 0∼200 사이로 표시되며 100을 넘으면 올해 3∼4월에 비해 5~6월의 자금사정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며 100 미만이면 그 반대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자금사정지수는 중소기업(109.2)보다 대기업(115.4)이 더 양호하고, 업종별로는 제조업(113.3)이 비제조업(106.3)보다 다소 높게 나왔다. 기업들은 자금사정이 호전되는 이유에 대해 64.8%가 ‘매출증가’라고 답했고 ‘수익성 개선(24.1%)’ ‘주식 및 회사채발행 원활(4.2%)’ ‘대출원활(3.4%)’ ‘제조원가 하락(2.1%)’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주식과 회사채, 기업어음, 은행대출 등 자금조달 시장 상황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감을 반영하는 지수도 올해 3∼4월보다 높아졌으며 기업들의 장ㆍ단기 시설자금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상의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자금지원 확대와 은행의 대출금 만기연장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이런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자금시장이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것으로 판단되지만 자금난이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다”라며 “산업 부문에 시중자금이 원활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정책역량을 집중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시장도 일부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그동안 금융권으로부터 신규 자금 지원을 거의 받을 수 없었던 건설시장에도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금융권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과 금호산업 건설 부문은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개발과 관련, 6,000억원 규모의 본 PF에 성공했다. 한남더힐은 동양종합금융증권ㆍ동양생명보험ㆍ금호생명 등 금융권에서 1,400억원을 차입하고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해 4,600억원을 조달했다. 삼부토건과 동양건설 산업도 최근 3,500억원 규모의 PF를 성사시켰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개발사업을 공동으로 추진 중인 양사는 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인 우리강남 PFV를 통해 이 자금을 지원 받았다. 이에 앞서 3월에는 SK건설이 인천 청라지구 사업과 관련해 1,700억원 규모의 PF를 성사시켰고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광교신도시 래미안 분양사업을 위해 2,200억원 규모의 PF 대출을 이끌어냈다. A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금융위기로 지난해 하반기와 올 초까지만 해도 금융권으로부터의 PF 대출은 불가능했다”며 “최근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금융권도 자금을 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 PF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리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도 “최근 PF 시장이 지난 연말 연초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건설사와 PF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어 최근의 좋은 분위기가 지속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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