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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부진에 엔저·中침체 겹쳐 '3중고'… 속도경영으로 위기 돌파를

[기로에 선 현대차] 2부 <상>

2분기 실적도 기대 못미쳐

버틸 체력 충분하다지만 위기 1~2년 이어질 가능성

변화에 민첩하게 대처 필요

윤갑한 현대자동차 사장과 이경훈 노조 지부장 등 노사 교섭위원이 2일 오후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임단협 상견례를 갖고 있다. 노조는 임금 15만9,900원 인상을 비롯한 60여 가지의 요구를 해놓은 상태지만 예년과 달리 통상임금 등 민감한 사안은 따로 논의하기로 해 올해는 ''파업 없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울산=장지승기자


현대자동차에 있어 2일은 '검은 화요일'이었다. 현대차 주가는 전날보다 1만6,000원이나 빠져 무려 10.36% 급락했다. 전날 있었던 판매실적 부진과 계속돼온 엔저가 발목을 잡았다지만 이것만으로 폭락 주가를 해석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현대차가 하반기 신차 출시를 앞두고 겪는 일시적인 보릿고개냐, 아니면 경쟁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지난 3월 말 '기로에 선 현대차'라는 주제 아래 현대차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한 데 이어 대내외 급변하는 환경을 토대로 다시 한번 2회에 걸쳐 집중 분석해본다.

현대차는 5월 판매량이 38만9,299대로 전년 동기보다 6.4% 줄었다고 지난 1일 공개했다. 성적표가 공개되자 투자자들이 움직였다. 엔저에 따른 전반적인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대로라면 1·4분기에 이어 2·4분기 실적도 안 좋을 것이라는 전망 탓이다. 자동차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2·4분기는 성수기인데 4월과 5월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이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아직은 현대차에 근본적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버틸 만한 체력도 충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차 업계의 전방위 공세에 따른 국내 시장 판매 부진과 대외에서 부는 엔저와 중국 경기침체의 위기 국면이 1∼2년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속도경영'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판매부진, 엔저, 중국 침체 3중고=현재의 현대차의 어려움은 크게 세 가지다. 국내 판매부진과 엔저, 중국 경기 침체다. 세 가지 요소가 서로 연관돼 있다.

엔저는 현대차에 실질적인 위협이다. 엔·달러 환율은 2일(현지시간) 125엔선을 상향 돌파하기도 했다. 2002년 이후 엔화 가치가 가장 약세다. 엔화 약세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현대차의 주요 경쟁상대인 일본 완성차 업체의 판매에 날개를 달아준다. 지난해 일본 '빅3' 업체가 미국 시장에서 딜러들에게 제공한 인센티브는 평균 2,237달러로 현대차(1,728달러)를 크게 웃돈다.

실제 서울경제신문 분석 결과 현대차의 영업이익 추이는 2009년 이후 엔·달러 환율에 완벽히 동조하고 있다. 엔화가 강세면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이 오르고 약세만 줄어드는 구조다.

중국 시장도 걱정거리다.

현대차 중국공장의 지난달 판매실적은 전달과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7%, 1.0% 감소했다. 1·4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7%에 턱걸이했고 2·4분기에 7%가 깨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현대차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신호다.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차의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 판매 비중은 35.8%로 주요 경쟁사인 도요타(18%)나 혼다(27.9%)에 비해 크게 높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31.5%)보다 높다. 중국이 잘나갈 때는 이익이 크지만 반대로 어려울 때는 더 힘든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판매는 자연스럽게 줄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현대차의 자동차 판매량은 208만3,728대로 수입차 공세에 시달리는 내수는 전년 대비 4.6%, 해외에서는 3.4% 쪼그라들었다.



특히 전례 없는 무이자 할부 판매에도 불구하고 국내 판매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심각한 위험 신호로 해석된다.

◇버틸 체력은 있어…국면 전환 전략 필요=현대차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장 최근의 위기였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많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010년 8.8% △2011년 10.3% △2012년 10% △2013년 9.5% △2014년 8.5% 등으로 BMW 정도를 제외하고는 경쟁업체들보다 수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엔저 수혜를 입고 있는 도요타만 해도 2013년과 2014년 9%대를 기록했을 뿐 2010년에는 2.6%, 2011년에는 0.9%에 그쳤다. 지난 수년간 현대차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는 뜻이다.

앞으로 영업이익은 상당 폭 줄겠지만 적자를 내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반기부터 신차가 출시되면 실적 반등도 기대해볼 수 있다.

3월 말 현재 현대차의 현금과 유동성 자산은 9조8,285억원에 달한다. 예전과 비해 해외생산 능력도 높아졌다. 2008년 34.8%에 불과했던 현대·기아차의 해외생산 판매 비중은 지난해 55.19%까지 올랐다. 환율 영향을 줄이고 현지 상황에 따라 판매전략을 바꿀 수 있다.

판매 차종도 늘었다. 2002년 28종에 불과했던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모델 수는 2009년 32개, 2013년 이후에는 40개에 달한다.

문제는 좋지 않은 대외변수가 언제까지 갈 것이냐는 점이다. 당분간은 버틸 수 있지만 엔저와 중국 경기 침체, 러시아 같은 신흥국 환율 약세가 지속되면 현대차도 근본적으로 힘든 상황을 맞을 수 있는 탓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1~2년은 더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좀 더 민첩하게 현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표적인 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지난해 말부터 SUV만 잘된다는 신호가 있었음에도 재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이 쓰나미로 어려움을 겪을 때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현대차는 '아반떼'를 한 해 빨리 출시해 북미 시장에서 선전했다"며 "이 같은 '현대속도'가 지금은 보이지 않는데 이를 빨리 되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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