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이 감사원의 외환은행 헐값매각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특히 “금융감독위원회가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박탈할 경우 외환은행 지분 10%를 제외하고 모두 팔아야 하는데 이미 론스타는 지분매각을 원하고 있다”고 강조해 발언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과정의 정당성을 다시 한번 강조함으로써 불법 매각에 대한 최종 판단을 쥐고 있는 사법부를 압박하는 동시에 매각과정에서 협상력을 잃지 않으려는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레이켄 회장은 14일 “외환은행이 실제보다 부실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정부의 중간 관료가 전 은행장, 매각 자문사와 공모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낮췄다는 감사원의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는 요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레이켄 회장은 “BIS비율을 전망하려면 은행 내부상황뿐 아니라 금리와 정부의 재정정책 등 외부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며 “BIS비율은 태생적으로 불확실한 미래 상황에 대한 가정을 바탕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을 내놓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왜 금융감독원과 금융감독위원회ㆍ재정경제부가 조작된 BIS비율을 받아들였고 ▦어떻게 이강원 전 외환은행 행장이 이사회와 외부감사인ㆍ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었는지 ▦외환은행의 최대주주였던 코메르츠방크가 론스타의 투자가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는지 등 의문을 제기하며 감사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레이켄 회장은 지난해 4월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론스타의 투자가 없었다면 외환카드 부실 때문에 은행의 BIS비율은 4.4%까지 떨어졌을 것”이라며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정당성을 주장했었다. 그레이켄 회장이 또다시 강하게 반박하고 나선 것은 최근 재매각을 앞둔 상황에서 감사원의 ‘불법’ 주장으로 매각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협상력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금감위가 대주주자격 박탈을 명해도 론스타에 타격을 입히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금감위가 론스타에 직권취소를 명할 경우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 10%를 제외한 나머지 54.62%를 6개월 이내에 매각해야 한다. 그레이켄 회장은 이 같은 상황을 ‘역설적(ironical)’이라고 표현하며 “론스타는 그동안 외환은행 지분 매각을 의도하고 있다고 밝혀왔지만 계속된 논란 때문에 매각을 추진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그레이켄 회장은 금감위가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든 아니든 론스타는 애초부터 외환은행을 재매각하려는 계획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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