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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데이콤 인수전] 정부 의지가 최대변수

삼성과 LG의 데이콤 경영권 장악을 위한 한판 승부의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현재로선 두 그룹의 데이콤 쟁탈전이 「돈의 위력」에 좌우될 것으로 보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정부의 의지」다. 총수가 공식으로 인수의사를 표명한 LG그룹과 공개적으로 데이콤 주식매입에 나선 삼성그룹의 움직임이 가속화될 경우 어느 기업이 얼마나 비싼 가격에 지분을 많이 확보하거나 많은 우호세력을 지지를 받느냐가 1차 관건이다. 데이콤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40%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시세로 따질때 데이콤 지분 1%의 시세는 180억원정도. 증권가에서는 29일 상한가를 기록한 데이콤의 주가상승이 이어질 경우 1% 지분확보에 300억원정도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20%의 지분을 확보한 삼성의 경우 앞으로 3,600억~6,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LG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현대 지분을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공식 지분이 9.46%에 불과하다. 관계회사 등 우호지분에 대해서도 안정적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값을 지불하고 매입해야 할 처지다. LG가 40%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삼성보다 훨씬 많은 5,500억~9,100억원규모의 자금을 동원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정도 자금은 양 그룹이 모두 수월하게 동원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데이콤주식의 시중 유동물량이 극히 적다는 점. 특히 데이콤 2대주주인 동양그룹은 일단 돈만 많이 준다면 누구의 손이라도 들어줄 수 있다며 케스팅보트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동양그룹 고위 관계자도 『데이콤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후한 값을 지불하는 그룹에게 지분을 넘겨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동양이 LG에 지분을 넘기면 싸움은 의외로 쉽게 끝날 수 있다. LG의 실질 지분이 35%이상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동양의 지분 16.68%(실질 지분은 20%수준으로 추정됨)을 인수하면 가볍게 과반수를 차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양이 같은 값이면 삼성에 넘기겠다는 의사를 계속 밝히고 있어 LG를 애타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동양 지분이 삼성에 넘어갈 경우 기타 주주(지분율 1~5%미만)들에 대한 삼성과 LG의 구애(求愛)작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고래싸움에 소액주주들이 득을 보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얘기다. 벌써 데이콤 지분 2.61%를 갖고 있는 한국방송공사(KBS)는 삼성과 LG 양쪽에 매각 제의를 했다. 양쪽중 값을 높게 쳐주는 쪽에게 넘기겠다고 나선 것. 아직 5% 소유지분 제한이 공식으로 풀리지 않은 LG는 KBS의 제의에 속만 태우고 있으며 삼성은 적극적인 매입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1%이상 소액주주들은 국민생명(2.73%), 연합뉴스(1.23%), 서울은행(1.75%), 대한전선(1.65%) 등이다. 소액주주 등 지분이 가장 많은 다화산업(3.43%) 등 일부 소액주주들은 LG의 우호세력으로 분류되고 있다. 문제는 LG의 손이 아직 묶여있는 반면 삼성은 눈치볼 것없이 주식 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점. LG그룹은 하루라도 빨리 지분 5% 제한 조치 해제를 받아내야 할 입장이다. 5% 지분 제한 조치가 해제되지 않는 한 삼성그룹이 움직인다고 해도 지분 확보 경쟁을 본격적으로 펼치기가 껄끄러워 관계회사 등을 동원해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LG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LG그룹의 족쇄(데이콤 지분 5% 제한 조치)를 푸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1~2주안에 데이콤 지분 제한을 해제해줄 것을 정부에 공식 건의할 예정이며 이후 동양그룹 등과 본격적으로 접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그룹은 LG그룹과 달리 홀가분하게 데이콤 지분 인수작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구본무(具本茂)회장이 데이콤 인수 의지를 표명했지만 LG는 여전히 데이콤 지분 5%제한에 묶여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데이콤 2대주주인 동양그룹과는 오랜 기간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며 『동양그룹으로부터 협조를 얻어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는 정부가 데이콤 쟁탈전에 중립을 지킬 것인가 하는 점. 재계에서는 『대통령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데이콤 경영에 대한 의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로부터 이미 암묵적인 승인을 받아낸 것 아니겠냐』며 『민간기업간의 지분경쟁에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입장은 아니겠지만 삼성과 동양의 움직임에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삼성이 가장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삼성이 『공정한 경쟁이 허용된다면 데이콤 인수에 나서겠다』고 누누히 강조하는 것도 「공정한 경쟁」이라는 족쇄를 걸어 정부의 물밑 개입을 봉쇄하자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김형기 기자 K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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