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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골프] 정연진 한국골프연습장협회 전무

어릴 적부터 우리나라는 4계절이 있어 참 살기 좋은 곳이라는 교육을 받아 왔다. 그렇지만 골퍼라면 누구나 `봄ㆍ여름ㆍ가을 3계절만 있어도 괜찮을 텐데`하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겨울만 되면 춥지 않은 곳을 찾아 동남아시아 등지로 철새처럼 대이동을 하는 골퍼들 때문에 개인이나 국가적으로 큰 손실을 보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골프 자체가 다양한 묘미를 제공하는 스포츠이기에 어떤 환경에서도 나름대로 즐길만한 충분한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꽁꽁 얼어붙는 우리나라의 겨울 코스에서도 마음 가짐에 따라서는 색다른 즐거움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잊을 수 없는 `추억` 때문에 겨울 골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게 됐다. 골프를 아주 좋아하시는 고등학교 때 은사 한 분이 계신다. 어느 초겨울 제자 세 사람이 그 선생님을 필드에서 모신 적이 있었다. 라운드 중 애매한 상황이 생겨 우리 제자들 사이에 룰을 둘러싼 언쟁이 벌어졌고 결국 다수결로 문제를 처리하게 됐다. 이 광경을 보신 선생님께서 “이 사람들아, 다음부턴 각자 집에서 전화로 치세”라고 말씀하시면서 한바탕 웃음꽃이 피어났다. 얼마 뒤 한겨울 어느 날 다시 만난 네 사람이 한성CC에서 라운드를 하게 됐다. 서코스 9번홀, 선생님께서 티샷한 볼이 연못 얼음판 위에 떨어진다. 제자 중 한 사람이 “멀리건(벌타 없이 다시 치는 것)”하고 외쳤다. 그러나 수학을 가르치며 엄격하기로 이름났던 선생님께선 들은 척도 하시지 않고 얼음판 위에 올라서서 당당하게 어드레스에 들어간 뒤 힘차게 스윙을 하신다. 우지직, 풍덩……. 제자들이 재빨리 구출(?)한 다음 클럽하우스로 직행했다. 흠뻑 젖은 채 겸연쩍어 하시는 선생님께 한 제자가 말했다. “선생님, 겨울 동안엔 아무래도 각자 집에서 전화로 라운드를 해야겠습니다.” 아찔한 기억을 단번에 날려버릴 만큼 정겨운 웃음소리가 클럽하우스 안에 울려 퍼졌다. 얼어붙은 코스에서의 라운드도 정다운 사람끼리 라면 훗날 잔잔한 추억이 되지 않을까. <문성진기자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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