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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키우는 워크아웃
입력1998-10-12 19:04:00
수정
2002.10.21 23:08:46
정부가 5대그룹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미흡하다며 사실상 반강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부채가 너무 많은 한계기업은 여신중단과 기존 여신회수 등을 통해 강제퇴출시키고 경영주체가 정해지고 회생할 수 있는 기업은 각종 지원을 해줘 기업구조조정을 올해안에 마치겠다는 것이다. 이는 5대그룹의 구조조정 대상인 7개업종에 대해서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방식을 적용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계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기업이기주의를 벗어나지 못한채 사실상 실패로 끝난 만큼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하는 것은 이해할만 하다. 빅딜(대규모 사업교환)과 경영주체선정을 둘러싼 재계의 이해다툼이 시간이 흐른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크아웃 방식으로 5대그룹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그동안 6~64대 그룹과 64대이후 중견기업에서 선정된 총57개의 기업들에 대한 워크아웃의 진행과정이 매우 실망스럽기 때문이다.
5대 그룹이하의 기업들에 적용된 구조조정방안인 워크아웃은 대상 기업의 부실채권탕감과 신규자금부담 등을 둘러싼 채권은행과 기업간의 이견으로 지지부진을 면치못하고 있다. 사실상 회생가치가 없는 기업들이 상당수 대상으로 포함된 것부터 잘못인데다 경영권변동에 저항까지 하고있고 금융기관들끼리는 자기네 부실채권을 줄이기 위한 줄다리기를 하고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워크아웃이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부실 기업의 연명수단으로 악용 또는 역효과를 빚고 있다.지난 정권에 실패한 부도유예협약의 재판이 되고있는 것이다. 부실기업의 부실을 더 키우는 꼴이며 신용경색을 부추기고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5대그룹에게 워크아웃방식이 적용될 경우 이런 답답한 양상은 더 심화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구조조정이 미흡한 업종에 대해서는 여신을 중단시키겠다고 하지만 일단 워크아웃대상기업이 될 경우 더 지루한 공방전이 전개될 것이 뻔하다. 정부는 은행들에 워크아웃작업을 맡긴다고 하지만 과연 채권은행들 입장에서 우량고객인 5대그룹을 코너로 모는 일을 제대로 해낼지 의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일단 5대그룹의 구조조정도 워크아웃방식으로 하기로 했다면 은행들이 제대로 워크아웃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먼저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워크아웃 플랜에 부채탕감과 이자면제, 출자전환 등 이해당사자에게 예민한 사항이 포함돼야 한다면 분명한 원칙과 기준을 정해 이해다툼으로 인한 시간낭비를 없애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담당자들의 이와 관련된 책임소재와 면책기준도 마련돼야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공짜로 부실기업의 빚을 탕감해주어서는 안된다. 경영책임은 분명히 물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선진국 경영형태가 정착되도록 하는 계기가 돼야할 것이다. 대상 기업의 경영진도 회사를 살리는 길이라면 경영권방어욕심은 버려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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