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피시장에서 반도체주를 사들이고 있는 외국인 매수의 주력은 유럽계 자금이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업황 개선으로 반도체 업종의 전망이 밝은 데 비해 유럽증시에서는 살 만한 반도체 업체가 없기 때문에 글로벌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한국 시장에서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사들인 순매수 상위종목 1·2위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3,757억원, SK하이닉스는 2,281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의 전체 순매수 규모는 2조5,667억원 수준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달부터 본격화된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에 따라 국내로 들어온 유럽계 자금이 매수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현국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2011년 12월 유럽중앙은행(ECB)이 1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발표하고 초기 유럽계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됐던 2012년 3월 말까지 한국의 섹터별 수익률을 살펴보면 정보기술(IT)과 산업재·에너지 등 유럽증시에서 비중이 낮은 섹터일수록 수익률이 높았다"며 "앞으로 유럽계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환율과 실제 수출 현황이 모두 긍정적인 반도체 섹터로의 투자 매력이 가장 돋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황 호조도 반도체 섹터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인텔을 꺾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 1위 등극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의 시장점유율 확대와 가격 안정화에 힘입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14나노 핀펫 기술로 무장한 시스템반도체 사업이 본궤도에 진입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박유악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액은 올해 456억달러에서 내년 487억달러로 늘어나 인텔에 근접할 것"이라며 "신제품의 양산이 본격화되는 올 하반기로 갈수록 반도체 부문의 성장성이 더욱 크게 부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 올 반도체 부문의 선전으로 올 1·4분기 시장 예상치(5조원)를 웃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비수기인 1·4분기에는 주춤했지만 D램과 낸드 플래시 메모리 호조에 힘입어 올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관련 장비주들의 투자 매력도 부각되고 있다. 코스닥 반도체 지수는 올 들어 20일까지 13.4% 상승했다. 6일에는 931.71포인트까지 오르면서 52주 최고가도 갈아치웠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조정양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올해 안정적인 수요 여건에 따라 큰 폭의 실적 개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돼 추가 랠리를 기대할 만하다"고 전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용 특수가스 전문 업체인 OCI머티리얼즈(036490)는 주요 고객사의 신규라인 가동효과와 미세공정 전환 등으로 올 1·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2% 증가한 680억원, 영업이익은 1,493% 늘어난 17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올려잡았다.
디엔에프도 업황 호조로 사상 최대 실적을 지속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연구원은 "디엔에프는 삼성전자의 D램 증설과 V낸드 양산 본격화로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며 "올 1·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한 41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식각장비를 생산하고 있는 기가레인(049080)의 올해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에 비메모리 반도체 관련 장비 공급을 시작해 내년에는 반도체 부품 사업의 영업이익이 전체의 49%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