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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아는만큼 보인다]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
입력2007-11-01 17:40:45
수정
2007.11.01 17:40:45
시장 완전치 못해 발생… 원인 분석부터 선행을
최근 주요 보험사가 그간 인기가 높았던 암보험의 판매를 줄여나간다고 한다. 소비자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다. 보험사로서는 상품을 판매할수록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보험료를 올려 판매하면 되지 않을까. 문제가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 보험료를 지나치게 올리면 가입자가 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높은 보험료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 가입자들이라면 암 발생 개연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소비자 측면에서의 역선택 발생 가능성이다. 이는 보험사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역선택은 기본적으로 보험사와 가입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보험사는 가입자의 병력이나 이와 관련이 있는 생활습관을 알지 못한다. 위험 발생확률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보험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다. 시장을 포기하거나 보험료율을 높게 설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높은 보험료율은 자칫하면 시장형성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도덕적 해이는 이와 성격이 조금 다르다. 계속 암보험의 예를 들어보자. 암보험 가입자는 보험이라는 안전장치를 과신하고 자기 건강관리에 소홀해질 수 있다. 이 경우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역선택의 경우와 달리 시장이 존재할 수는 있겠지만 과다한 보험금 지급을 통해 다른 가입자들까지 보험료를 올려야 하는 등 피해를 주게 된다.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 모두 시장이 완전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이지만 원인과 그 결과가 다르다. 따라서 치유방법도 달라야 한다. 역선택의 경우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철저한 보호장치를 마련한 뒤 보험료 산정에 필요한 집단별·성질별 질병정보를 보험사에 제공하면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다. 반면 도덕적 해이는 보험금 지급시 해당 가입자에게도 적절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 바로 보험 가입자가 직접 지불하는 부담금(본인부담금)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최근 건강보험이 질병종류에 따라 본인부담금을 차등 인상한 것은 이러한 대응의 일환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실제 정책환경에서는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를 혼용하기도 하고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 또는 공공 부문 개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의료·보육·교육 등 사회서비스의 경우 특히 그러하다. 그러나 공공 부문이 개입한다고 해도 원인은 치유되지 않고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공공 부문이 지불하는 비용은 결국 납세자인 불특정 다수 우리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또 다른 도덕적 해이가 될 수 있다. 시장 실패에 대한 근본적 원인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그 원인이 역선택인가, 도덕적 해이인가, 아니면 자연독점인가에 따라 그 처방도 달라져야 한다. 원인 규명 없는 정부의 개입은 또다른 시장 실패를 가져올 개연성을 높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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