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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주식펀드 활성화도 바람직하지만
입력2003-12-08 00:00:00
수정
2003.12.08 00:00:00
임석훈 기자
소수ㆍ고액투자자로부터 장기로 자금을 조달해 주식이나 경영권에 집중 투자하는 `사모(私募)주식투자펀드`를 정부가 활성화시키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다. 외국계 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견제하고 균형을 이룰 `대항마`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또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연기금과 대기업들의 여유자금, 시중의 단기부동자금 등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도 이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 인수합병(M&A) 시장의 혼란 가능성 등 부작용도 예상되는 만큼 도입에 앞서 세심한 보완장치가 필요하다.
글로벌시대에 새삼 `토종자본`을 조성한다는 것이 일견 어색하지만 외국자본의 잠식속도가 워낙 빨라 시장이 왜곡되고 정부의 금융정책 수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외국자본의 국내시장 잠식은 위험수위에 다다랐다. 외국자본의 금융산업에 대한 직접투자액(누적액)은 지난해 말 104억달러로 최근 6년간 5.5배가 늘었다. 지난 6월말 기준 외국인의 상장 금융기관 주식 보유비중은 은행 45.7%, 보험사 40.66%, 카드사 34.94%, 증권사 12.73%에 달한다. 8개 시중은행 중3개 은행의 경영권이 외국계 투자펀드로 넘어갔고, 나머지도 경영만 한국인이 할 뿐 지분의 절반이상을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어 금융주권이 위협을 받고 있다.
현재도 국내에서 1,700여개, 57조원 규모의 사모펀드가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설립의 제약으로 인해 규모가 영세하고, 일부는 KCC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매입과정에서 나타났듯이 대주주의 사적(私的)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앞으로 조성될 사모주식펀드는 대규모로 조성돼 국내 금융회사 인수와 경영권 방어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기금과 기관투자가들에 대한 각종 투자제약이 완화돼야 하며, 아울러 400조~600조원에 이르는 시중 부동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하는 유인장치도 필요하다. 또 소위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고 불리는 해외등록 헤지펀드들이 국내로 들어와 양지에서 활동하도록 하는 유인책도 필요하다.
그런 한편으로 `사모펀드`의 근본적인 부작용 즉,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 우려와 과도한 M&A 경쟁이 자제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사모주식투자펀드`의 도입을 서두르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구더기가 끓지 않도록 사전에 환경을 잘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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