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성장·저물가로 인한 'D(디플레이션)의 공포'에 짓눌린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내년에 최대 5조원을 더 푼다. 한국은행의 금융중개지원대출을 기존 15조원에서 5조원가량 늘린 최대 20조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 유지해온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를 내년에도 유지해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보이는 경기회복의 불쏘시개로 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일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내수활성화 방안을 '2015년 경제정책 방향'에 포함할 계획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한은과 금융중개지원대출 지원규모를 추가로 최소 3조원 이상에서 5조원 안팎으로 늘리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지원 분야는 아직 구상단계"라고 말했다. 한은은 정부와 협의를 마친 후 이달 또는 다음달에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대출한도 증액에 관한 사항을 의결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 카드를 꺼낸 것은 한은이 이미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로 더 이상 쓸 수 있는 통화정책 수단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현재 기준금리가 2.0%로 사상 최저라는 점에서 추가 금리인하는 한은으로서도 가보지 않은 부담스러운 길이다. 지급준비율 인하도 거론되나 시중은행의 자금은 이미 풍부해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책실행 여부는 한은과의 최종 협의가 관건이다. 하지만 이미 지난 7월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에서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설비투자 부문에서 3조원 증액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한은도 현 단계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공조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디플레이션이 목전에 있는 만큼 정부가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현재 세계 경제는 장기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며 "한국 역시 적극적인 통화정책과 함께 고용과 금융·규제완화 등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속히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은에 따르면 11월 말 현재 금융중개지원대출 실적은 전월보다 2,878억원 늘어난 10조3,000억원에 달한다. 2002년 9월의 11조17억원 이후 12년2개월 만의 최대 규모다. /세종=박홍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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