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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경제학

흔히 경제학을 차갑고 황량한 학문이라고 한다. 현대 경제학이 효율성 위주의 이론체계로 정립되어 따뜻한 가슴이 스며들 틈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 성장의 궁극적인 목표가 높은 소득을 실현하면서 쾌적한 환경에서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데 있다면 다가오는 천년의 경제학은 따뜻한 경제학으로 거듭나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최근 유럽학계에서 경제와 행복에 관한 몇편의 논문이 발표되어 과연 행복을 주는 요소가 무엇인지 몇가지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하였다.먼저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고소득이 아닌 고용이라고 한다. 이 결론은 고용은 단순히 소득의 창출원이기 보다는 『일한다는 것은 인생의 가치요, 인생의 환희요, 행복이다』라는 조각가 로뎅의 말을 바로 입증한 셈이다. 스위스 주민을 표본으로 한 프레이르와 스튜쳐 교수의 결론에 의하면 실업은 소득과 관계없이 행복해 질 수 있는 확률을 26% 떨어뜨리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리고 영국 주민을 표본으로 한 오스왈드 교수는 실업의 문제점은 소득원이 끊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실업이 가져오는 심리적 부담과 갈등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서구사회에서 잘 정비된 사회안전망의 중요성이 희석된다고 볼 수 있으며 빵보다는 일이 행복을 가져온다는 주장이 영국에서도 입증된 셈이다. 다음으로 소득은 행복에 어느정도 기여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영향이 점차 작아지고 있으며 소득의 증가가 반드시 행복의 상승을 가져오지 않으며 동시에 비례하지도 않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개도국과 선진국을 비교하면 후자의 행복지수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소득의 증가가 행복의 증가를 의미하지 않으며 긴밀한 상관관계가 없다고 한다. 60년대의 미국인이 느끼는 행복도와 90년대의 미국인이 느끼는 행복도는 비슷한 수준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스위스 자료의 분석에서도 소득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위에서 설명된 연구결과는 우리나라보다 소득수준이 월등히 높은 선진국들의 자료에서 도출된 것이지만 우리에게 유익한 정책사안들을 시사해 주고 있다. 먼저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공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이 양적 고용조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시행되어 왔다. 그러나 조직의 효율성제고가 반드시 대량 해고를 수반하는 고용조정에만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경제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한 현 시점에서 지식경영에 착안하여 조직 구성원 하나 하나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한편으로 새로운 중소벤처형 신산업의 창업을 통하여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고용인력의 안정을 유지하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재원을 투자하는 지혜를 짜내는 것이 현 시점에서 시급한 정책과제가 아닌가 제안해 본다. 그리고 실업대책 재원을 보면 공공근로사업에 약 2조원에 가까운 예산이 배정되어 있다. 이러한 막대한 재원의 활용에 있어서도 한시적인 일자리로서 산림간벌, 하천정비 등 일회성 취로사업보다는 이러한 사업에 투입되는 단순노동인력이 항구적으로 그리고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일부 지자체에서 시작한 바 있는 음식쓰레기 재활용농장을 전국적으로 확대하여 공공근로사업의 예산 일부를 투입한다면 일석삼조의 긍적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실직자대부 재원 역시 SOHO형태의 창업과 연결시켜 지원함으로써 일시적 시혜차원을 넘어서 좀더 근원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최근들어 경기회복의 속도가 붙으면서 월 약 1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금년도 성장이 5% 수준을 이룰 수 있다면 금년 말에 6%대로 실업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기 확보된 7조7,000억원과 금년에 추가로 책정된 8조3,000억원을 합하여 총 16조원의 실업대책재원의 투입이 전제되고 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이 막대한 재원이 얼마만큼 유용하게 활용되느냐 하는 문제가 따뜻한 경제를 지향하는 경제정책의 시금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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